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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기타 국가 소설
· ISBN : 9788937428753
· 쪽수 : 188쪽
· 출판일 : 2025-05-30
책 소개
목차
주저하는 근본주의자 7
옮긴이의 말 177
책속에서
매년 가을, 프린스턴은 캠퍼스를 찾은 회사 신입사원 모집자들을 위해 치마를 걷어 올리고 그들에게 속살을 약간 보여 줬죠. 프린스턴이 보여 준 속살은 물론 좋은 속살이었죠. 가능한 가장 젊고 말 잘하고 영리한 속살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나는 4학년 때, 내가 모든 속살 중에서도 아주 특별하다는 걸 알았죠. 말하자면, 나는 완벽한 가슴이었어요. 촉촉하고, 중력을 거부하는 것처럼 보이는 황갈색 가슴 말이죠. 나는 내가 원하는 어떤 직업이든 갖게 될 걸 확신했어요.
나는 그녀가 이런 식으로 나한테 속마음을 털어놓는다는 사실이 영광스럽고 기뻤어요. 나는 그녀의 눈을 쳐다보았어요. 나는 처음으로 그 뒤에 뭔가 부서진 것이 있는 걸 보았어요. 확대경을 통해 봐야 보이는 다이아몬드의 작은 금처럼 말이죠. 보통 때는 보석의 휘황찬란함에 가려져 있죠.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무엇이 그녀로 하여금 그녀가 얘기했던 보석을 만들게 했는지 알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런 걸 물어보는 건 주제넘은 짓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것들은 상대가 시간과 대상을 골라 스스로 밝히는 법이니까요. 그래서 나는 그녀를 이해하고 싶은 내 마음을 표정을 통해서 전달할 수밖에 없었어요.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얘기 도중에 화가 났던 게 떠오르는군요. 에리카의 아버지가 나한테 우리나라 상황이 어떠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나는 상당히 괜찮은 편이라며 관심을 가져 주셔서 고맙다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그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경제가 나빠지는 건 아닌가요? 부패에 독재까지 겹치고, 다른 사람들은 고통당하는 데 부자들은 왕자들처럼 살잖아요. 실속 있는 사람들이죠. 내 말 오해하지 말아요. 나는 파키스탄인들을 좋아해요. 하지만 엘리트 계층이 그곳을 제대로 능욕한 건 사실 아닌가요? 그리고 근본주의도 그렇고요. 당신네들은 근본주의 때문에 심각한 문제를 겪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