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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83946010
· 쪽수 : 336쪽
책 소개
목차
크리스토퍼 · 9
스노볼 · 21
발레리나 파피 · 36
화가 로버트 · 54
에크만 · 75
전시 · 89
제안 · 113
빛의 속임수 · 132
작은 발레리나 · 145
추락 · 159
발견 · 175
실종 · 185
피후견인 · 210
마을 · 228
예기치 못한 일 · 255
분노 · 271
악당 · 288
편지 · 305
남겨진 파편들 · 314
마지막 말 · 327
책속에서
여하튼 이게 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이것은 모두 크리스토퍼의 이야기이다. 다만 제목은 내가 지었다. 크리스토퍼가 제목을 짓지 않은 채 원고만을 남겼기에 나는 오랜 시간 고민을 하다 적절하게 들어맞는 제목을 붙여 줬다. 제목이 정해지기 전까지 나는 이 이야기에 어울릴 만한 백여 개의 제목을 떠올렸지만, 결국 그것들은 모두 이 책의 제목이 되지 못했다. 그러다가 언젠가 그가 말한 문구이자 감속장치 프로젝트의 가제가 떠올랐다. 크리스토퍼가 집필한 과학 논문과 이 책에도 여러 번 이 문구가 등장한다. 예술과 과학, 신비와 모순이 한데 어우러지는 듯한 동시에, 어딘가 모르게 책의 내용과도 들어맞는 제목이었다. 나는 크리스토퍼도 이 제목을 마음에 들어 할 거라 생각한다. 어쩌면 그 역시 이걸 제목으로 선택했을지도.
이름 하여, ‘어둠의 속도’. 이 책을 꼭 읽어 보라고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만약 크리스토퍼의 이야기를 그가 풀어 낸 그대로 듣고 싶다면 읽어도 좋을 것이다.
이제부터 그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그녀에게 사랑 고백을 하려 했던 그 생각만 하면….
수치심에 온몸이 달아올랐다. 그녀가 집에 가서 뭐라 할지, 둘이서 얼마나 비웃을지. 어쩌면 아이가 이들의 이야기 소리와 웃음소리를 듣고 깰지도 모른다. 파피와 로버트, 웃음소리. 그리고 사랑을 나누겠지.
그를 제물 삼아.
그에게는 금요일까지 시간이 있었다. 넉넉하진 않았지만 충분했다.
이류 발레리나와 삼류 화가에게 웃음거리가 될 뻔했다니.
자신 같은 사람을… 그녀 같은 사람이… 착각을 했다니.
그녀에게 사랑 고백을 할 생각을 했다니.
그는 분명 미쳤던 게 틀림없다. 어쩌면 여전히 미친 것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심지어 지금도 그는 그녀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크만 아저씨… 저는 이제 어떡해야 할까요?”
이 소년도 로버트나 파피처럼 어둠을 지나 다른 세계로 보내 버리면 훨씬 간단할 것이다. 그곳에는 크리스토퍼가 그토록 찾던 사람들이 모두 있었다. 작은 마을의 모형이 된 이들은 소년으로부터 불과 몇 미터 떨어진 선반에 갇혀 있었다.
그곳은 밤이었다. 유리 돔 아래로 어둠이 깔려 있었다. 그게 그들에겐 하늘이었다. 어쩌면 작은 불빛이 선반 문틈 사이로 들어올 수도 있었다.
아주 쉽고 알맞은 방법이었다. 복잡한 문제를 논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소년은 도망칠 수도 없었다. 에크만은 그보다 훨씬 힘이 셌다. 황소 떼만큼이나 힘이 셌다는 말이다.
하지만…. 에크만은 참았다. 그 남자와 그 여자는 그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또한 그에게 유일하게 없는 단 한 가지를 훔치려고 하지 않았던가….
…사랑 말이다. 하지만 아이는….
그 자체가 사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