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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88983948403
· 쪽수 : 180쪽
· 출판일 : 2018-04-10
책 소개
목차
1. 얼어붙은 강
2. 감영 마구간지기
3. 관찰사와 그의 아들
4. 군기시의 두 그림자
5. 활쏘기 놀이
6. 선비의 정체
7. 비밀 마구간
8. 공포의 채찍질
9. 타다 만 종이
리뷰
책속에서
아니야, 아니야……!
풍도는 도리질을 했다. 부들부들 떨리는 제 몸을 힘겹게 가누며 뒤돌아 뛰기 시작했다. 자객은 서두르는 기색 없이, 칼집에 칼을 꽂고는 등에 멘 활을 내렸다.
쉬이이익. 턱!
풍도 바로 옆 마른 나뭇등걸에 화살 하나가 꽂혔다. 나뭇가지가 흔들리더니 부스스 눈이 떨어졌다.
휘이익. 턱!
화살이 또 날아들어 풍도를 스쳐 갔다. 낄낄거리는 웃음소리가 숲에 울렸다. 한 발, 두 발. 자객은 마치 노루 새끼 사냥하듯 풍도를 몰면서 화살을 쏘아 댔다.
헉, 헉. 어머니, 어디로 가야 하나요? 아버지, 이게 다 무슨 일인가요? 풍도는 두서없이 날뛰는 생각들로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딱딱 턱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나무뿌리에 새끼줄이 풀어지고 날카로운 덤불에 옷이 찢겨져 어깨에 난 붉은 점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손을 뻗어 가시를 짚어도, 뾰족한 나뭇가지가 사정없이 얼굴과 몸에 생채기를 내도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관찰사가 여진족 말을 타고 있구나.
“여진족 말이오?”
풍도는 의아했다. 여진족 말은 처음 보기 때문이다. 풍도는 점점 심각해하는 덕수에게 물었다.
“여진족 말인 줄 어떻게 아세요? 보기엔 조선 말과 다를 게 없는데.”
“한양 도성 근교 살곶이벌 일대에 왕실 목장인 전곶 목장이 있다. 임금이 타는 어마를 비롯해 왕실에서 사용할 말과, 도성과 조선을 방위하는 전마와 명나라에 보낼 말을 사육하는 곳이지. 아무튼 그 목장에는 명나라에 보낼 어린 여진족 말이 많았는데, 그 말이 크면 조선 말과는 달리 몸집이 크고 다리와 목이 길다. 보통 사람 눈엔 비슷해 보이겠지만 나는 한눈에 알 수 있지. 그런데 말이다, 관찰사가나라에서 키우고 있는 여진족 말을 타고 있구나.”
풍도는 다시 관찰사를 보았다. 관찰사는 거만한 표정으로 마을부터 한 바퀴 돌아본 다음, 감영으로 말을 돌렸다.
마치 자기의 군사들이 점령해 놓은 새 영토를 순수(임금이 나라 안을 두루 살피며 다니는 일)하고 돌아가는 얼굴이었다. 그 당당한 위풍에 눌려 강아지 새끼들도 꼬리를 내리고 초가 울타리 뒤에서 짖어 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