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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외국창작동화
· ISBN : 9788984014619
· 쪽수 : 288쪽
책 소개
책속에서
사람 마음의 섬세한 변화는 쉽게 알아차리기 힘든 것이지만, 그렇더라도 자기 아이의 마음에 변화가 생긴 것을 눈치챈 것은 엄마 아마란타도 아빠 피에르프란체스코도 아니었다. 변화를 알아차린 것은 바르트의 침대에 설치된 수면 상태 센서였다. 그 사건이 있고 난 뒤 몇 달 동안 수면 센서는 바르트의 수면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결과를 아마란타에게 보냈다. 안 좋은 결과가 계속 오자 아마란타는 바르트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 물었다.
“나는 강아지를 갖고 싶어요.”
(……)그다음 주말이 되자 아마란타는 바르트를 쇼핑센터에 데려가서 가상의 병아리를 진짜 병아리처럼 매일매일 돌보며 키워야 하는 최신형 다마고치 게임기를 사줬다. 가게를 나오며 아마란타가 말했다.
“봤지? 기술은 이처럼 동물을 키우는 방법도 배우게 해 준단다. 게다가 실제로 살아 움직이는 동물을 키우는 데 들어가는 불편함을 겪지 않게 해 주지.”
바르트는 다마고치에 아주 조금의 관심조차 없었다. 바르트가 원했던 건 커다란 귀와 숨을 쉴 때마다 오르내리는 배, 언제든 자기 얼굴을 핥을 준비가 되어 있는 붉은 혀를 가진 따뜻하고 부드러운 털을 가진 강아지였으니까. 바르트는 자신의 침대에 케이폭이 있어 줬던 것처럼 곁에 함께 있어 줄 강아지를 원했던 거였다.
둘은 한동안 말없이 해안가를 따라 걸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바르트는 파도가 빠질 때마다 자신들 발밑에 아름다운 조개 대신 온갖 종류의 쓰레기들만 쌓이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플라스틱 병, 캔, 스티로폼 상자, 머리랑 다리가 없는 인형의 몸통들, 찢어진 슬리퍼와 아직 제 모양을 갖추고 있는 신발, 바람 빠진 공, 샴푸와 화장품 병, 수백 개의 담배꽁초, 수천 개의 면봉, 그리고 바닷가 물 위를 둥둥 떠다니는 갖가지 모양과 색깔의 수십 개도 넘는 비닐봉지는 마치 죽어가는 해파리 무리를 연상시켰다.
그렇게 엉망진창이 된 해변을 보자 바르트는 울음이 터졌다. 거북이 등을 타고 도착했던 그 아름다운 해변은 도대체 어디로 가 버렸단 말인가?
조에의 할머니의 할머니의 왕할머니의 왕할머니 시대, 즉 아득한 옛날에는 암탉과 인간이 서로 도움을 주며 붙어살았다고 했다.
“사람들은 하루에 계란 몇 개에도 행복해했지. 그리고 계절이 바뀌거나 할 때 아주 가끔 닭을 잡아먹었어. 반대로 암탉들은 풍부한 음식과 물, 여우로부터 자신들을 지켜 주는 닭장 울타리에 만족해했어. 그런데 말이야, 하루는…….”
마른침을 삼키며 조에가 이야기를 이어갔다.
“하루는, 거짓말 대왕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을 가지게 하였어. 그건 바로 매일매일 닭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었어. 그뿐만 아니라 달걀도 매일 먹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했지. 그 후로 닭장에서는 암탉과 둥지가 사라지고, 비좁은 양
계장에서 키워진 닭들은 화로와 금속 불판에 올려졌어. 둥지도, 아빠 닭도, 엄마 닭도, 그리고 하루의 첫 양식인 지렁이를 찾으 러 풀 위를 뛰어다니는 모든 닭의 모습도 더 이상 볼 수 없었어. 모래를 뒤지고 다니거나 뒹구는 모습도, 그늘에서 낮잠을 자는
모습도 볼 수 없었지. 원래 우리가 해야만 하는 일들이 전부 다 사라졌던 거야. 그것도 단 한 번에 몽땅 사라진 거지. 머니, 머니, 머니, 머니! 그것 때문에 우리는 살아 있는 생명 대신 살점이 붙은 기계가 되었어. 살아 있는 시체가 된 거야! 네가 나를 발견하기 전까지 나는 그런 존재였어. 살아 있는 시체.”
이야기를 듣던 바르트는 이내 슬퍼져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