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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이탈리아소설
· ISBN : 9788960179370
· 쪽수 : 284쪽
· 출판일 : 2015-02-10
책 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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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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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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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처음에는 나에 대해 지속적으로 정의를 내려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정의하는 형용사 또는 명사가 없으면 존재하지 못한다. 그러한 정의가 바로 어디서든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익숙해졌다. 그러한 분류가 인간 본성의 일부분임을 알았다. 상대가 누구인지 알면 우리는 상대에게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상대가 어떤 관계도 맺지 않고 어떤 역할도 맡지 않은 채 살아간다면 그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른다.
상대는 아무 옷도 걸치지 않은 채 아무런 가식 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 준다. 그런데 그런 상태가 우리에게 반감을 불러일으킨다.
저 사람은 누구인가? 어떻게 저럴 수 있는가?
우리는 모두 자기 자신을 어떻게든 정의하려고 하는데, 그러한 정의가 우리를 존재할 수 있게 해 준다. 그 정의는 뗏목이고, 우 리는 그것에 의지해 일상의 격랑 속을 헤쳐나간다. 이 뗏목 덕분에 우리는 미치지 않고 강어귀에 도착할 수 있다.
‘만일’이 마치 구원을 위해 던져진 밧줄이라도 되는 양 그것을 잡고 오르면서 알게 되는 거지. 그 ‘만일’ 뒤에 항상 또 다른 만일이 계속 이어진다는 사실을 말이야. 마지막 ‘만일’이라고 확신하며 손을 뻗으면 항상 다른 만일이 나타나고 그렇게 하다 결국 지쳐 떨어지기 전에 항복하고 마는 거야. 다른 모든 ‘만일’을 마무리할 수 있는 ‘만일’은 딱 하나야.
만일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물론 나는 그들의 진짜 급한 일이 바로 초조함과 불확실함, 갑자기 자신들의 삶에서 이방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하는 불안감의 다른 이름이라는 걸 잘 알고 있지. 고독한 환경에서 갑자기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데,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니까 두려움을 느끼는 거야. 그래서 다시 도시로 달려 내려가 소음과 거울들 속에 빠져 웃고 춤추며 다른 사람들과 같이 소음을 만들어 내지. 그러고는 끊임없이 의문이 가득한 눈으로 자신들을 좇는 유령을 지워 버려야만 하지.“너는 누구냐? 꺼져 버려! 혼미 상태에 빠진 내 일상에서 날 끌어내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