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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외국창작동화
· ISBN : 9788992844611
· 쪽수 : 144쪽
· 출판일 : 2011-07-05
책 소개
목차
1. 물건이나 동물의 말
2. 꿈이 끝나려고 하면
3. 아무도 보지 못하는 문
4. 남들과 다른 사람이 부자다
5. 비밀의 오두막
6. 할아버지는 왜 안 오실까?
7. 할아버지의 토비아스
8. 잃어버린 물건들의 성
9. 다시 혼자가 되다
10. 날개가 있는 유령
11. 인간들이 보지 못하는 것
12. 살며시 간지럼 태우기
13. 영원히 잃어버리는 것은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
리뷰
책속에서
아무도 부르지 않고, 아무도 원하지도 않았는데 황새가 덥석 물어다 준 아기가 마르티나였을 것 같다.
게으르고 굼뜬 황새는 주둥이에 자루를 물고 가다가 아무 데나 내려놓고는 다시 가지러 오지도 않았다. 어쩌면 황새가 주소를 착각했을지도 모른다. 원래는 엄마, 아빠가 정원이 딸린 멋진 집에서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행복하게 기다리고 있는 곳에 데려다 주어야 하는데 더럽고 작은 발코니에 빈 술병이 즐비한 집에 내려놓고 간 것이다.
갓난아기가 병원에서 바뀐 영화를 마르티나도 본 적 있다. 부잣집 아기는 가난한 집으로 갔고, 가난한 집 아기는 부잣집으로 가게 되었다. 부잣집으로 간 아기는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라났고, 가난한 집 아기는 그렇게 크지 못했다.
마르티나는 밤에 잠이 잘 오지 않거나, 마음이 울적할 때면 그런 상상을 하곤 한다. 그럼 예쁜 고양이를 품에 안고 있는 것처럼 가슴이 따뜻해졌다.
어느 날 걸어가고 있는데 멋진 차가 따라오고, 차보다 더 멋지고, 눈이 반짝이는 부인이 차에서 내려 마르티나에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제야 드디어 너를 찾았구나!” 하고 속삭일 것만 같다.
“나야, 아토스.”
문 옆 구석에 있는 작은 장난감 집 안에 몸은 까맣고 주둥이에는 하얀 별을 달고 있는 작은 토끼가 있었다.
“넌 누구니?”
“안 보여? 토끼잖아.”
“너도 여기 살아? 내 말은, 너도 잃어버린 물건들의 나라에 사느냐고.”
“응, 맞아. 어느 날 사람들이 자기 아이들을 즐겁게 해 주려고 나를 사 갔지. 한동안은 토끼장 앞에 사람들이 모여 좋아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자 내 몸에서 고약한 냄새가 난다고 하고, 나를 풀어놓으면 가구에 이빨 자국을 낸다고 불평하더니, 어느 날 나를 덥석 안아 쓰레기 봉지에 담아 버리고 말았어.”
“끔찍하다.”
“그래, 끔찍한 일이야. 트룰라 부인이 나를 구해 주지 않았다면 난 벌써 옛날에 저세상으로 갔을 거야.”
“넌 왜 나한테 나쁜 사람은 아닐 거라고 했니?”
“내가 보기에 넌 착하고 사랑스러운 아이처럼 보였으니까. 네가 내 주인이면 좋겠다.”
“하지만 우리 엄마, 아빠는 나를 나쁜 애라고 했었어.”
“네가 어떻게 했는데? 막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녔어? 바닥에 침도 뱉고? 접시나 텔레비전을 깨뜨렸어? 거짓말도 하고? 아니면 물건을 훔쳤냐?”
“아니, 당연히 아니지.”
“그런데 왜 그랬지?”
“엄마, 아빠가 원했던 아이가 아니라서 그랬던 것 같아.”
“어떤 아이를 원하셨는데?”
마르티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엄마, 아빠가 어떤 아이를 원했었더라? 마르티나는 확실하게 해 줄 말이 없었다.
“솔직히 잘 모르겠어. 난 우리 부모가 어떤 아이를 원했는지 몰라. 어쩜 트룰라 부인의 말이 맞을 거야. 나를 처음부터 원하지 않았던 거지. 아마 착각을 했던 것 같아.”
“아냐, 그럴 리가 없어. 그 말은 나도 못 믿겠어. 이 세상 어느 누구도 아무 이유 없이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아. 네가 이 땅에 태어났다는 것은 누군가 너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는 의미야.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나도 모르지만 분명히 누군가 있었을 거야. 누군가에게 네 눈길과 네 말이 필요했을 거야. 어쨌거나 사람은 언젠가는 자신의 운명을 만나게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