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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한국근현대사 > 일제치하/항일시대
· ISBN : 9788984058637
· 쪽수 : 403쪽
책 소개
목차
머리말_ 우리 안의 낯선 땅을 찾아서
1장. 이곳에 역사가 있었지
일본과 미국, 우리 안의 낯선 땅 - 용산 미군기지
궁궐에 스며든 전쟁 - 경희궁 방공호
왜성대로 돌아온 그들 - 남산과 해방촌
대한제국 공업전습소로 잘못 알려졌던 건물 - 조선총독부 중앙시험소
2장. 개항의 시작
근대화의 관문 - 인천 개항누리길 1
진센과 런촨 - 인천 개항누리길 2
한반도 최대의 일제 군수공장 - 부평 조병창
3장. 남쪽 바다는 더없이 푸르러
대한해협을 겨눈 비수 - 가덕도 외양포 포대
가덕도에 남은 일본의 흔적들 - 가덕도 등대와 해안 동굴진지
아름다운 동백꽃에 깃든 전쟁의 그림자 - 지심도 포대
4장. 들판 곳곳에 남아 있는 기억들
언덕 위의 일본 - 목포 일본 영사관
농민들의 피땀 위에 세우다 - 동척 목포 지점
칼이 된 섬과 교회가 된 막사 - 목포 고하도 해안 동굴진지와 막사
그들만의 제국 - 군산 시마타니 금고와 이영춘 가옥
바다를 박차고 날아오르다 - 여수 수상비행장과 방공호
5장. 언제랑 돌아가실 거꽝
송악산 너머로 사라진 전쟁의 기억들 - 알뜨르 비행장과 지하 벙커
길옆의 기억들 - 모슬봉과 이교동 방공호
그곳에 일본군 위안부가 있었다 - 성산일출봉 해안 동굴진지
참고문헌
리뷰
책속에서
한반도의 중심지이자 최대 인구밀집지역인 경성에도 곳곳에 방공호가 건설됐다. 그중 일부는 삼청동과 장충동 지역에 남아 있다. 일본은 미군의 공습이 본격화되자 폭격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종묘 앞에서 필동까지 주거지를 강제로 철거하고 공터를 만들기도 했다. 경희궁 역시 이런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태평양전쟁이 끝나갈 무렵인 1944년, 숭정전 동쪽에 있는 내전인 회상전 자리에 대규모 방공호가 건설된 것이다. 시민들이 공습을 피해 대피하는 용도를 넘어선 대규모의 방공호였다. 건설 작업에는 당시 경성중학교에 재학 중이던 학생들이 동원되었다.
만들어진 목적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다. 권기봉 씨는 근처에 있던 조선총독부 직원들의 대피용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경성전신전화국이 비상시에 이용할 시설이라는 얘기도 있고, 대규모 통신 설비를 갖춘 사령부용 건물이라는 말도 있다. 70여 년이 흐른 현재는 서울 역사박물관에서 주차장으로 이용 중이다. 경희궁 흥화문으로 들어가 숭정문 오른편의 언덕을 넘어가거나 서울 역사박물관 뒤쪽의 2차선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방공호를 만날 수 있다.
<1장_ 이곳에 역사가 있었지> 중에서
이렇게 은행으로 사용되었던 건물만 셋을 돌아보고 나니 각 은행이 왜 인천에 지점을 냈는지, 그 지점들이 어떤 운명에 처했는지 살펴보는 것이 근대사를 돋보기로 들여다보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선진 금융기법을 전수해준다는 명분으로 조선에 손길을 내밀었다. 하지만 일본의 은행들은 조선 정부와 백성의 고혈을 짜내 자신들의 배를 불렸다. 뒤늦게 근대화를 이룩한 일본이 단시간 내에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조선을 상대로 자신들이 도입한 제도를 실험하고 손해를 보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 메이지 유신 직후의 무역이 중국에서 서구의 면직물을 싸게 사들여 조선에 비싸게 파는 중개무역이었다는 점이 대표적인 증거다. 인천의 개항누리 길에 남은 일본의 근대 건축물들은 화폐와 금융이라는 보이지 않는 무기를 앞세운 또 다른 침략자들이었다.
<2장_ 개항의 시작> 중에서
아름답다는 감상은 길이 끝도 없이 이어지면서 다른 생각으로 이어졌다. 이 길은 포대 사령관이 말을 타고 다니는 데만 이용된 것은 아닐 것이다. 무거운 포탄을 들고 땀을 뻘뻘 흘리는 병사들도 이용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길은 정든 고향에서 강제로 끌려온 조선인들이 굶주림과 학대에 시달리면서 만들었을 것이다. 그들의 모습을 떠올리자 이 길이 말길이나 보급로가 아니라 징용의 길로 여겨졌다.
징용의 길은 외양포로 가는 동안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줬다. 돌을 좌우로 촘촘하게 붙인 배수로가 낙엽 속에서 오가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중이었다. 적당히 달궈진 햇볕이 내리쬐는 징용의 길은 걸음을 재촉하게 만들었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내려오다 보니 어느덧 탁 트인 공간이 나왔다. 마을과 가까운 곳까지 내려온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 여행의 종착점을 먼발치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바다와 접한 마을 뒤편의 산기슭에 자리 잡은 외양포 포대는 을씨년스러워 보였다.
<3장_ 남쪽 바다는 더없이 푸르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