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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아시아사 > 동아시아/극동아시아사
· ISBN : 9791191383454
· 쪽수 : 544쪽
· 출판일 : 2024-04-24
책 소개
목차
추천사
한국 독자들에게
서론 탄소 기술관료주의
1장 수직의 자연
2장 기술의 대업
3장 불안의 연료
4장 추출의 제국
5장 재건의 민국
6장 혁명의 공업
결론 한계의 고갈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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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중국의 근대적 산업화의 기원을 찾고 싶었다. 대신 그 끝의 시작을 발견했다. 2011년 여름, 탄광도시 푸순(撫順)을 처음 방문했다. 그전부터 나는 약 한 세기 전 일본 기술관료들이 개발한 어마어마한 푸순 노천광에 관한 역사적 사진과 문헌을 접했다. 현장은 기계가 만든 광대하고 공업화한 풍경이었다. 바위를 깎고 땅을 파내 구멍을 만드는 대형 굴착기, 전기 및 증기 동력삽, 그리고 덤프트럭. 1928년에 푸순을 찾은 일본 시인 요사노 아키코(與謝野晶子, 1878~1942)는 노천광을 “마치 하늘을 향해 커다란 아가리를 열어젖힌 지상의 괴물과도 같은 무시무시하고 기괴한 형상”이라고 묘사했다. 내 눈으로 보기에도 푸순 탄광은 과연 대단했다.
불길이 퍼지기 전에 상갱의 승강구를 이용해 갇힌 광부들을 대피시키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승강기가 잔해에 걸려 움직이지 않아서 소수의 중국인 광부만을 구출할 수 있었다. 그러자 “용기 있게 방화복을 갖춰 입고 산소통을 짊어진 사람들”로 구성된 두 구조팀이 모래 주입식 채탄 장비를 작동할 때 필요한 별도의 굴착로를 따라 지하로 내려갔다. 막장에 도착하자마자 “순식간에 연기가” 구조대원들을 “질식시킬 듯한 기세로 덮쳤다.” 대원들은 “더 이상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고 느껴질 때까지 생존자를 찾아 울부짖었다. 얼마 뒤 “강제 후퇴 명령이 떨어졌다.” 탄광 경영진은 결국 공기 공급을 차단함으로써 화재를 통제하기로 하고 지표면의 모든 갱구를 순차적으로 봉쇄하도록 명령했다. 수십 년 후 한 생존자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악마 같은 왜놈들은 석탄을 지키기 위해 중국인 (광부)의 목숨은 아랑곳하지 않고, 땅 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강제로 진흙을 발라 갱구를 막게 했습니다. 그 때문에 지하에 있는 노동자들이 도저히 탈출할 수 없었던 겁니다.” 총 170명의 광부가 구조되었고, 917명의 목숨이 사라졌다. 이 가운데 일본인이 17명, 중국인이 900명이었다.
마을 주민들이 모였다. 모더성은 주변을 살폈다. 군인들이 주민들을 에워싸고 있었다. 한편에는 “검은 천으로 덮은 카메라처럼 보이는 장치”가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장교가 통역을 대동하고 앞으로 나와 주민들에게 연설하기 시작했다. 관동군은 그저 이 지역의 “적비(赤匪)”로부터 주민들과 그들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온 것이라고 사람들을 안심시켰다. 그는 다음과 같이 약속했다. “우리는 여기 핑딩산에서 전투를 치를 것입니다. 그러나 적비만 몰아내고 나면 여러분을 댁으로 돌려보낼 것이니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연설을 마친 뒤 장교는 주민들에게 사진을 찍어야 하니 덮개를 씌운 장치 쪽을 바라보도록 지시했다. 모더성은 그 뒤 “총알이 비처럼 사람들의 몸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고 회고했다. 비명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총소리가 그치자, 군인들은 쓰러진 사람들 사이사이로 아직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총검을 내리꽂았다. “엄마를 찾으며 울부짖는” 아이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총격이 시작되자마자 땅바닥에 몸을 던진 모더성은 눈을 감고 죽은 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