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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기타 국가 소설
· ISBN : 9788984075658
· 쪽수 : 464쪽
책 소개
목차
감사의 글
1. 레이첼 린드 부인이 놀라다
2. 매슈 커스버트가 놀라다
3. 마릴라 커스버트가 놀라다
4. 초록 지붕 집에서 맞은 아침
5. 앤의 지난 이야기
6. 마릴라 커스버트가 결심하다
7. 앤이 기도를 하다
8. 앤의 교육이 시작되다
9. 레이첼 린드 부인이 제대로 충격을 받다
10. 앤의 사과
11. 앤이 주일학교에서 받은 인상
12. 엄숙한 맹세와 약속
13. 기다리는 기쁨
14. 앤의 고백
15. 학교에서 대소동이 벌어지다
16. 다이애나를 초대했지만 비극으로 끝나다
17. 새로운 재밋거리를 찾다
18. 앤이 미니 메이의 목숨을 구하다
19. 발표회와 큰 실수, 그리고 고백하다
20. 상상력이 지나치다
21. 또 실수를 저지르다
22. 앤이 목사관에 초대받다
23. 앤, 자존심을 지키려다 곤경에 빠지다
24. 스테이시 선생님과 학생들이 발표회를 계획하다
25. 매슈가 퍼프소매를 고집하다
26. 이야기 클럽을 만들다
27. 허영심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다
28. 불운의 백합 아가씨
29. 앤의 삶에 획기적 사건이 일어나다
30. 퀸스 학교 준비반이 결성되다
31. 시내와 강이 만나는 곳에서
32. 합격자 명단을 발표하다
33. 호텔 발표회
34. 퀸스의 여학생
35. 퀸스에서 보낸 겨울
36. 영광과 꿈
37. 죽음이란 이름의 사신
38. 길모퉁이에서
리뷰
책속에서
아이는 아주 짧고 몸에 딱 달라붙어 무척 보기 흉한데다가 누렇게 물든 하얀 혼방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색이 바랜 납작한 갈색 밀짚모자를 썼고, 모자 아래로는 숱 많은 새빨간 머리카락을 두 갈래로 땋아 등 뒤로 늘어뜨린 모습이었다. 작고 갸름한 하얀 얼굴은 주근깨투성이였다. 입도 컸고, 눈도 컸다. 눈동자는 햇살과 기분에 따라 초록빛이 됐다 잿빛이 되기도 했다. 여기까지는 보통사람들이라도 알아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관찰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면 유난히 뾰족하고 도드라진 턱, 생기발랄한 눈, 귀여운 입술과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낸 입, 널찍하고 도톰한 이마를 놓치지 않았을 것이다. 요컨대 예리한 관찰력을 가진 사람이었다면, 이 오갈 데 없는 소녀에게 흔하지 않은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앤은 골짜기 아래 있는 샘물과도 친구가 됐다. 샘물을 깊고 맑았으며 얼음처럼 차가웠다. 반질반질한 붉은 사암에 둘러싸인 샘 주변에는 커다란 손바닥처럼 생긴 물고사리가 무리지어 자랐고, 그 너머로는 개울을 가로지르는 통나무 다리가 있었다.
앤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리를 지나, 수목이 우거진 언덕으로 올라갔다. 똑바로 자란 굵은 전나무와 가문비나무 아래로는 땅거미가 내린 듯 어두컴컴했다. 주변에는 꽃 중에서 가장 수줍음을 많이 타면서도 가장 예쁘고 가냘픈 방울꽃이 가득 피었고, 지난해 피었던 꽃의 영혼처럼 창백하고 영묘한 별꽃도 약간 눈에 띄었다. 나무들 사이로는 거미줄이 은빛 실처럼 은은히 반짝거렸고, 전나무의 가지와 수염 같은 꽃은 다정하게 속삭이는 것 같았다.
“아, 이 꽃은 너무 향기로워요. 이런 꽃을 제게 주시다니 린드 아주머니는 정말 친절하신 분이에요. 이제 린드 아주머니에게 나쁜 감정은 하나도 없어요. 사과를 하고 용서를 받으니까 정말 즐겁고 마음이 편해요. 오늘 밤엔 별들이 유난히 반짝거리지 않나요? 별에서 살 수 있다면 아주머니는 어떤 별을 고르시겠어요? 저라면 저 어두운 언덕 위에 홀로 떨어져 있는 맑고 큰 저 별을 고르겠어요.”
“앤, 제발 입 좀 다물어라.” 마릴라는 앤의 두서없는 생각을 쫓아다니느라 완전히 지쳐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