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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과학 > 의학
· ISBN : 9788984075863
· 쪽수 : 383쪽
책 소개
목차
감사의 말
머리말
1 심장질환
2 밸런타인의 몰락
3 인생이란
4 늙음과 죽음
5 알츠하이머
6 살인과 평화
7 사고, 자살, 그리고 안락사
8 죽음의 사신 에이즈
9 바이러스와 죽음
10 암의 독기
11 희망, 그리고 암환자
12 죽음이 주는 교훈
맺음말
책속에서
요즘 사랑하는 사람의 임종 장면을 직접 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집에서 죽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기나긴 병에 시달리는 환자나, 약물중독에 걸릴 만큼 만성으로 병석에 누워 천천히 쇠잔해가는 일부 환자들만이 그럴 뿐, 대부분은 병원 침대에서 숨을 거둔다. 한 통계에 의하면, 미국 사람의 80퍼센트가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중의 대다수가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 생을 함께했던 가족들과 격리된 채 눈을 감는다.
인생을 어느 정도 의식할 수 있는 나이가 되자마자, 노령으로 인해 차츰 죽어가는 한 사람을 나는 오랫동안 지켜보았다. 그분은 바로 내 할머니였다. 내가 태어난 해에 할머니의 실제 나이는 78세였다. 하지만 누렇게 변한 이민증서에 적힌 숫자는 73이었다. 25년 전, 할머니는 엘리스 섬을 떠나 미국으로 들어오실 때, 금단추가 반짝이는 제복을 입고 까다롭게 여러 질문을 해대던 이민국 관리들에게 실제 나이인 54세 대신에 다섯 살을 줄여서 말해야 했다. 한 살이라도 젊은 사람이 입국 심사에 유리하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생물학적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인간의 죽음이 필수적이라는 이론을 차치하더라도, 자연은 이런 종류의 사고에는 절대로 도움의 손길을 뻗치지 않는다. 아마 인간들이 서로 죽이고, 심지어 스스로를 죽이는, 불필요하고 무가치한 모습을 보고 외면해버렸는지도 모른다. 외상은 자연의 자손을 빼앗는 행위이며, 체계적인 발전을 가로막는 일이다. 상해로 인한 죽음은 절대 그 어느 것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뒤에 남는 가족뿐 아니라 우리 인간이라는 종이 견뎌내야 할 비극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