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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문화/문화이론 > 한국학/한국문화 > 한국인과 한국문화
· ISBN : 9788984316256
· 쪽수 : 215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참고 지도
1부 나는 경인선이다
기적이 울리다
경인선 유전(流轉)
비 내리는 어느 가을날의 인천역
동인천역에서 인천을 생각하다
보들레르, 전강 그리고 주안역
기차, 자동차를 만나다/만들다-부평역
경인선의 아인스월드, 부천
오류동역 단상
영등포역에서 문화를 생각하다
경인선의 랜드마크-노량진역과 한강철교
한국철도의 클라이맥스, 서울역
2부 풍경화 속의 추억 열차 수인선
시가 된 추억 열차, 수인선
수인선과 수원역
고색에서 야목까지
사리역 · 최용신 · 상록수
경기 실학 1번지, 수인선 일리역
철로 위에 새겨진 기억들-고잔에서 군자까지
철도가 그린 풍경화, 소래역
송도역, 잊고 싶은 아름다운 기억
수인선의 데누망, 수인역
3부 남기고 싶은 이야기
철도는 문화다
경인선의 이모저모
탐정소설과 철도
기억과 추억 사이-철도박물관에 가다
『대륙 횡단 철도』를 읽다
에필로그. 철도의 질주는 계속된다
여백. 수인선, 다시 달리다
저자소개
책속에서
하루면 웬만큼 다 돌아볼 수 있는, 또 우리가 늘 접하는 일상생활이기도 한 경인선과 수인선을 제대로 다루고 지난날의 우리를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만들어 보고자 했다. 그러므로 이 글은 우리의 생활과 일상에 대한 탐험이기도 하다. 나아가, 우리가 경인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자꾸 수인선을 되돌아보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을 나누고자 했다. 우리가 자꾸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고 회상하는 것은 과거에 대한 아련한 노스탤지어의 발로일 뿐 아니라, 개발이 되풀이되는 이 광폭한 문명의 질주에 대한 깊은 피로를 떨치고 새로운 인문적 삶의 양식을 찾고 싶다는 갈망의 표현이기도 할 터이다.
근대 문명과 진보의 상징인 철도. 그러나 비주체적으로 맞이한 우리의 철도 시대는 가혹했다. 그것은 자연의 속박과 공간적 제약 속에서 살아가던 주술적 시대와 결별하고 인간의 힘으로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기계문명의 쾌거이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혹독한 식민 시대를 앞당긴 비극의 서막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한국 철도의 역사를 열어젖힌 증기기관차 ‘거물’, ‘모갈’이 인도와 유럽인들을 벌벌 떨게 했던 침략자 무굴제국의 이름인 ‘무굴’이기도 하다는 사실은, 그래서 더욱 공교롭다.
근대 문명의 총아인 철도는 놀라운 속도와 정확성으로 세상을 바꾸어 버렸다. 지역 간의 차이를 크게 약화시키고 근대인들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인식과 감각을 변화시켰는가 하면, 상거래와 물류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자본주의 발전을 더욱 가속화하였다. 철도의 노선은 공간의 지배권 내지 자국 영토의 상징이 되었고, 따라서 철도 부설권 획득은 토목 프로젝트 차원의 의미를 넘어서는 정치경제적 사건이 되는 것이다.
경인철도 역시 공간의 축소와 시간의 단축을 가져왔을 뿐 아니라, 수도권을 정거장으로 이루어진 세계로 재편하였다. 기러기가 군무를 펼치고 갈대가 바람의 소식을 전하던 작은 포구 제물포는 사라지고 한국 최초의 근대도시, 국제도시 인천이 탄생하였다. 돛배가 경강을 한가로이 오가고 보부상들이 등지을 지고 땀을 뻘뻘 흘리며 흥타령으로 넘어가던 목가적 경인가도는 종말을 고하고, 정확하고 합리적인 기계가 지배하는 세상이 찾아온 것이다. 전통적인 여행과 모험을 사라지고, 관광과 통근과 통학만이 남아 있는 차가운 문명의 시대를 만들어 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