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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84370968
· 쪽수 : 286쪽
· 출판일 : 2009-10-30
책 소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내 이름은 사드 사드. 아랍어로는 ‘희망 희망’, 영어로는 ‘슬픔 슬픔’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내 진실은 한 달 사이에, 때로는 한 시간 사이에, 심지어는 일 초 사이에 아랍어가 되고 영어가 되기도 한다. 낙관적일 때는 희망의 사드, 비관적일 때는 슬픔의 사드인 것이다. 인간의 탄생이란 마치 복권 추첨과 같다. 누구는 운이 좋아 행운의 숫자를 뽑지만 누구는 억세게 운이 나쁘게도 불행의 숫자를 뽑아들게 된다. 탄생의 순간은 누구에게나 단 한 번 주어질 뿐이어서 처음으로 돌아갈 기회라고는 두 번 다시 없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지에서 태어난 사람이라면 그저 열심히 살아가면 된다. 반면 아프리카나 중동지역에서 처음 세상의 빛을 보게 된 경우에는 종종 태어나기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을 것이다. 나도 할 수만 있다면 잉태되기 바로 직전 엄마의 태내로 돌아가 마치 복권 추첨하듯 분자와 체세포, 유전자가 마구 뒤섞이는 바로 그 순간 결과를 바꿔치기하고 싶다. 난 내 출생지를 바꾸고 싶다. 다른 나라, 다른 도시에서 태어나고 싶다.
아빠와 나는 매형들이 수상한 남자를 뒤쫓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도둑이라기보다 실성한 남자 같았다. 갈지자로 휘청거리며 걷던 남자가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남자가 헐렁헐렁한 젤라바(두건 달린 아랍 남자의 겉옷 : 옮긴이) 속에 넣은 손을 꼼지락댔다. 매형들이 막 남자를 잡으려는 순간이었다. 우뚝 멈춰 선 남자가 하늘을 쳐다보며 괴성을 질렀다. 순간 빛이 번쩍 하더니 굉음이 울려 퍼졌다.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며 지진이 난 것처럼 땅이 진동했다. 건물 기둥이 흔들리면서 아빠가 중심을 잃고 쓰러지며 땅에 머리를 부딪는 순간 내가 가까스로 몸을 부여잡았다. 아빠를 일으켜주는 사이 시장은 삽시간에 아비규환을 이루었다. 여기저기서 두려움과 고통의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내가 도둑으로 착각한 남자는 인간폭탄이었다. 자살폭탄테러범은 젤라바 속에 폭탄이 장착된 허리띠를 매고 있다가 시장 한복판에서 기폭장치를 누른 것이었다.
“너, 테러라는 게 얼마나 혐오스러운 일인 줄 알아? 아들아, 내 살과 피야. 테러의 칠계명을 들어봤지?”
“아니요.”
“칠계명을 지킬 수 있겠어?”
“그게 뭔데요?”
“첫째, 오로지 한 가지 이념만 생각한다. 생각이 많으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따라서 테러리스트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둘째, 이념에 방해되는 생각은 타파한다. 다양한 생각, 서로 상충되는 생각은 더욱 가차 없이 팽개친다. 셋째, 이념에 방해되는 사람은 모조리 제거한다. 이념의 존립을 위협하는 자는 살려둘 가치가 없다. 넷째, 이념은 목숨보다 중요하다. 테러리스트는 목숨보다도 중요한 가치인 이념을 품고 사는 사람이다. 다섯째, 폭력의 사용을 주저하지 않는다. 폭력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자 힘이다. 테러리스트의 손은 설령 피로 얼룩졌다 해도 깨끗하다. 여섯째, 테러리스트가 행사한 폭력의 희생자는 모두 유죄로 간주한다. 테러리스트의 죽음은 순교다. 일곱째, 의심의 여지를 두지 않는다. 의심하는 마음이 생기는 순간 방아쇠를 당겨라. 그러면 의심도 의문도 사라진다. 비판적 사고는 타도의 대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