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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84371255
· 쪽수 : 328쪽
· 출판일 : 2013-06-28
책 소개
목차
제1장 / 7
제2장 / 20
제3장 / 40
제4장 / 56
제5장 / 71
제6장 / 95
제7장 / 119
제8장 / 143
제9장 / 162
제10장 / 180
제11장 / 201
제12장 / 218
제13장 / 231
제14장 / 254
제15장 / 273
제16장 / 291
제17장 / 308
옮긴이의 말 / 323
책속에서
커피머신 앞에서 우연히 라디오방송국의 동료가 아발랑 박사의 실력을 칭찬하는 소리를 들었다.
“소피 마르소의 리프팅(안면 주름살 제거 수술 : 옮긴이)을 그 의사가 담당했대.”
“정말? 그럼 나도 소피 마르소처럼 해 달래야겠는걸!”
우연히 그 말을 들은 알리스는 당장 친구 클레르 이름으로 아발랑 박사와 상담 약속을 잡았다.
병원 대기실에는 매끈하고 생기 있는 의사의 부인 사진도, 입술이 괴물처럼 두툼한 여자 사진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수술 이후 변신에 성공한 여자의 전후 모습을 찍어놓은 클로즈업 사진과 주사용액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사실을 알리는 증명서가 나란히 걸려 있을 뿐이었다.
마침내 아발랑 박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구릿빛 팔뚝의 소유자로 잘생긴 남자였다. 알리스는 그의 목소리만 듣고도 마담 파트릭 아발랑은 존재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결코 존재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그래, 부인 대신 미스터 파트릭 아발랑이 존재하겠지. 아무튼 게이들이 허우대는 다 좋다니까.’
알리스는 가끔 식구들 몰래 오렌지색 미니스커트와 몸에 꽉 끼는 웨딩드레스를 침대시트 위에 펼쳐놓고 감상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언젠가 다시 한 번 그 옷들을 입을 수 있는 기회가 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렇지만 그건 그녀가 고단백 식이요법을 실행하기 전까지의 얘기였다. 클레르의 생일날, 니콜라와 자신의 사진을 본 이후 그녀는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알리스는 다이어트 6주 만에 치수가 2인치나 줄어들어 예전 옷들을 다시 꺼내 입을 수 있게 되었다. 1991년 여름에 구입했던 장 폴 고티에 세일러복 반바지를 입고 똑딱단추를 잠그면서 그녀는 오르가슴에 가까운 희열을 느꼈다.
1995년 8월 7일, 결혼식 다음날 조부모 집 수영장 앞에서 입었던 영국식 자수가 놓인 스커트를 입을 때는 허리(허리? 쥘이 태어난 후 까마득하게 잊고 살았던 어휘가 아닌가!)를 빙빙 돌려보기까지 했다. 물론 다 좋아진 건 아니었다. 10년 전쯤부터 최근에까지 산 옷들은 몽땅 너무 커져 입을 수 없게 되었다. 몸에 꼭 맞았던 청바지도 허벅지 부분이 지나치게 헐렁해 입을 수 없게 되었지만 알리스는 급기야 함박웃음을 지었다.
토라진 남자들은 대개 아이들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나이가 마흔다섯 살이든 근사한 양복을 빼입고 회의에 참석하는 샐러리맨이든 별반 다르지 않다.
토라진 남자들은 흔히 두 부류로 나뉜다. 첫 번째는 토라질 경우 도통 말을 하지 않는 부류이다. 그들은 쓰디쓴 기침약을 먹이려고 할 때 입을 꼭 다물어버리는 아이처럼 절대로 입을 열지 않는다. 두 번째는 방안에 날아다니는 꼬마요정을 향해 욕설이라도 내뱉는 사람처럼 혼자 끊임없이 구시렁거리는 부류이다.
테오팀은 두 번째 부류에 속했다. 영화 '리오'가 시작되자마자 클레르의 장래 남편은 큰 소리로 한숨을 내쉬며 아무도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혼자서 끊임없이 중얼거렸다. 그다지 둔하지 않은 편인 그의 약혼녀는 아무것도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한 사람처럼 단 한 번도 그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마침내 영화가 끝나고, 그들은 클레르의 집으로 가서 처음으로 다함께 잠을 자기로 했다. 폼은 엄마가 멜시오르와 같이 자라고 타일러도 좀처럼 고집을 꺾으려들지 않았다. 멜시오르는 어쩔 수 없이 거실에서 잠을 잘 수밖에 없었다.
“멜시오르, 넌 오늘밤 거실에서 자야겠다.”
멜시오르는 경멸어린 눈빛으로 클레르를 쏘아보며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