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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독일소설
· ISBN : 9788984371453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15-01-20
책 소개
목차
제1장 / 6
제2장 / 32
제3장 / 58
제4장 / 86
제5장 / 112
제6장 / 141
제7장 / 159
제8장 / 180
제9장 / 193
제10장 / 212
제11장 / 233
제12장 / 256
제13장 / 272
제14장 / 286
제15장 / 305
리뷰
책속에서
옥상 베란다에 내놓은 허브 화분에서 3년 만에 빨간 꽃이 피었다. 활짝 피기까지 몇 주일이 걸렸다. 처음에는 꽃망울이 생기더니 날마다 꽃이 하나둘씩 피어나며 계속 이어졌다. 그동안 유디트는 한네스와 만나는 횟수를 줄이려고 했다. 한네스는 하루에 다섯 번 이상 만나기를 원했지만 유디트는 만남을 한두 번으로 제한하고 싶었다. 너무 자주 만나면 그만큼 매력이 반감될 것 같아서였다.
너무 자주 보면 몸짓이나 얼굴 표정을 식상해하다 차츰 할 말이 없게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들었다. 어떤 꽃을 선물하는 게 좋을지 고민하거나 쪽지, 이메일, 문자메시지에 쏟아붓던 정성과 한 자 한 자 어떤 단어를 써야 할지 고민하던 것이 ‘굿 모닝’과 ‘굿 나잇’ 등 간단한 안부만 주고받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한네스는 유디트의 네 번째 손가락을 유독 세게 잡더니 뭔가를 천천히 밀어 넣었다. 움직임이 여의치 않아 뿌리칠 수 없었다. 잠시 후 잡고 있던 손을 놓아주었을 때는 유디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런 장면은 영화에서 많이 봐왔던 것인데.’
“한네스, 지금 뭐 한 거예요?”
유디트는 당황하며 물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냐고 묻는 거죠?”
한네스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한네스, 내 생일은 아직 다섯 달이나 남았어요. 이거 못 받아요.”
“우리의 첫 만남을 기념하는 작은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한네스의 말에 유디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에 들어요?”
“네. 무척. 너무 예뻐요.”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를 향해 내뱉은 유디트의 첫 번째 거짓말이었다.
그동안 한네스는 유디트에게 어떠한 연락도 해오지 않았다. 애정이 식은 걸까? 아니면 혹 다른 여자가 생긴 걸까? (한편으로는 후련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충격적인 상상이었다.) 그것도 아니면 지난 4개월간 서로 밀당의 시간을 보냈으니 이제 자신더러 연락을 취하라는 뜻인가?
저녁 10시 30분. 유디트는 노란 소파에 누워 황금빛 줄기가 쏟아지는 전등을 바라보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여름밤, 텔레비전 뉴스마저 공허하게 들렸다. 유디트는 한네스에게 문자를 보냈다.
지금 자고 있어요? 안 자면 나한테 와도 돼요!!!!!
다섯 개의 느낌표를 찍었다가 다시 두 개는 지우고 전송 버튼을 눌렀다.
2분 후 답장이 날아왔다.
지금은 힘들 것 같아. 대신 내일 만나서 같이 저녁 먹어. 당신이 원한다면.
잠깐 실망스럽긴 했지만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부른다고 제까닥 달려오던 한네스가 변했다. 변한 한네스를 당장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솟구쳤다. 유디트는 변한 한네스와 첫 번째 데이트를 할 생각에 설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