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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외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88984372887
· 쪽수 : 400쪽
· 출판일 : 2016-05-10
책 소개
목차
제1장~제42장 / 7~392
옮긴이의 말 / 393
리뷰
책속에서
새롭게 지어진 문어 타워(미국 잡지 《롤링 스톤》의 취재 이후 회사에 붙여진 별명)는 압도적인 유리와 강철로 된 건물이었다. 파리가 낙상할 것 같은 외관은 빗물도, 비난과 소송도 모조리 흘러내릴 것처럼 매끈했다. 21억 달러의 이 빌딩이 지상에 출현하기까지 꼬박 4년의 공사 기간이 걸렸다. 뉴욕 지자체는 2001년 9·11테러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던 이 지역을 되살리기 위해 세금 혜택과 자금 지원을 늘렸다. 합리화의 대가들인 폴만팍스의 세법 전문가들은 맘껏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새로 단장한 글로벌 금융구역에 뉴욕커 납세자들이 3분의 2의 재정지원을 한 때문이었다. 뉴욕 시장은 ‘월드트레이드 센터의 미래를 믿는다.’는 폴만팍스 회사의 시민의식을 치하하며 몸소 준공식을 거행하기도 했다.
세바스티앙은 승강기 안에서 통계표와 핵심 정보들이 간추려진 내용을 훑어보았다. 유로존 회원국들, 국채, 통화 스와프의 거래 총액 등이 담겨 있었다. 그는 문건을 두 번이나 읽었다. 2001년 그리스가 유로존에 가입할 당시 그리스의 국채를 은폐하기 위해 폴만팍스 회사가 써먹은 기법이었다. 상세 도표에는 각 나라들에 저당 잡힌 재화들(공항, 고속도로, 공기업들), 미래 수익률 평가, 만기일이 적혀 있었다. 층수가 내려갈수록 지옥으로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세바스티앙은 이해가 상충되는 비난들에 어떻게 대응할지, 금융 트레이더가 투기에 적합지 않은 상품을 고객들에게 매각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정당화시키는지를 알고 있었다.
“저흰 고객을 상대로 도박을 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효율적인 위기관리를 중시하니까요.”
세바스티앙은 아침마다 스마트폰을 끼고 지냈다.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버튼을 눌러대며 사람들을 차례로 협박했고, 컴퓨터에 달라붙어 금융 정보들로 나온 통계수치와 그래프들과 대담을 보며 잔재주를 부려야 했다. 삶의 질이 올라간 시대를 사는 금융 고위 간부의 우스운 캐리커처였다. 비행기 비즈니스 클래스 안에서 탁하고 찬공기를 쐬어서인지 얼굴에 붓기가 남아 있었다. 상류층이라는 낙인은 찍혔지만, 여전히 소년 같은 앳된 용모가 남아 있었다. 세바스티앙은 붓고 칙칙해진 얼굴이 정상으로 돌아오기도 전에 24시간을 풀가동하여 정치적 이해관계의 충돌과 내부의 정보유출, 위반 내용, 공모, 부도덕성에 대한 소문들을 잠재워야 했다. 유네스코 위원회 홀에서 노랗게 뜬 얼굴로 등을 구부정하게 하고 서 있는 그는 속세와 담을 싼 병약하고 우울한 금욕주의자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