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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85635981
· 쪽수 : 283쪽
· 출판일 : 2015-07-16
책 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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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좋아, 이렇게 시작해 보자.
“아니에요. 저는 새로운 출생증명서가 필요해요. 제 성별을 법적으로 변경하고 싶어요.”
그가 나를 보았다.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기억하는 한, 언제나 사람들은 나를 그렇게 쳐다본다. 내가 여자가 되고 싶은 남자인지, 남자가 되고 싶은 여자인지 알아내려는 것이다.
나도 크로켓 씨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의 코에서 털이 삐져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바쁘고 아무리 중요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 정도는 신경 쓸 수 있을 텐데.
내가 여자인지 남자인지가 왜 중요하지?
하지만 중요하다. 정말, 정말 중요하다. 어느 쪽인지 사람들은 알고 싶어 한다. 길에서 그냥 스쳐 지나가는, 다시는 안 볼 사이일 때에도 사람들은 당신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판단하려 든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대부분이 회색 지대는 생각하지 않는다. 헛갈리면 기분 나빠한다.
판단하기 어려우면 불쾌해한다.
나에게 그건 회색 지대다. 희끄무레한 회색.
이게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가 보인다. 당연히 안다. 나는 알렉스이기도 하니까. 그렇지만 멋있게 옷을 차려입고 뽐내듯이 걷다가 휙 돌기도 하며, 잡지에서나 본 런웨이를 걸어 보고 싶다. 아미나와 줄리아와 옷을 빼입고 낄낄거리면서 팔짱을 끼고 친구가 되고 싶다. 아름다워지고 싶다. 남들이 나를 아름답다고 생각하면 좋겠다. 사람들이 모두 타이가 나를 쳐다보듯이 나를 봐 주면 좋겠다.
시에라가 샘을 내다 보니 그것이 더 현실로 다가온다. 질투는 동정보다 백만 배 더 강력하다.
그냥 옷일 뿐인데 뭐, 내가 어깨를 으쓱했다.
하지만 그저 옷이 아니지? 패션은 여자들이 어떻게 보여야 하는지에 대한 규칙을 만들어. 어떻게 존재해야 받아들여지는지 말이야. 그 편협한 정의에 대항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나여야 해.
“그냥 흘러가게 두면 안 되는 거니?”
나는 양손으로 무릎을 감싸고 티브이를 뚫어져라 보았다. 이럴 때 엄마가 어떻게 하는지 잘 알지? 심호흡을 하고 침착하게 대응해.
“안 돼, 엄마. 그냥 흘러가게 하지 않을 거야. 이건 내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야. 엄마는 왜 내가 다른 사람이 되는 데 그렇게 집착해?”
“근데 넌 항상 이렇게 느낀 거니?”
엄마가 물었다. 눈물이 솟고 있었다. 떨리는 목소리는 하품을 참고 있는 것처럼 이상했다. 하지만 진정으로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 얘기해 달라고 하는 건지도 모른다. 잠시 동안은 엄마가 자기 문제로만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으려나. 나는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가끔은 나도 내가 뭔지 모르겠어. 하지만 내가 외면적으로 되고 싶고 사람들이 봐 주었으면 하는 건, 여자야. 나는 여자처럼 생긴 남자아이보다는 강하게 생긴 여자아이에 더 가까워.”
이제 엄마가 흑흑 흐느끼기 시작했다.
“애들이 놀리니? 몸집이 작다고? 아님 여자 같다고? 그래서 예전 학교를 떠난 거야?”
나는 똑바로 앉았다.
“물론 애들이 그랬지! 나는 괴물이야,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