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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88988388617
· 쪽수 : 256쪽
책 소개
목차
1 동인과 서인, 남인과 북인 _ 11
2 조선통신사 _ 31
3 악마의 설계도 _ 42
4 예지몽(豫知夢) _ 56
5 왜란의 시작 - 조선, 허망하게 무너지다 _ 71
6 길 떠나는 임금 _ 105
7 명(明)의 구원병이 오다 _ 129
8 저항과 반격 - 의병, 들불처럼 번지다 _ 142
9 빛과 어둠 _ 160
10 강화회담 - 그들만의 힘겨루기 _ 176
11 정유재란(丁酉在亂) _ 188
12 또다시 불타는 산하 _ 221
13 전쟁, 그 허무한 종말 _ 235
14 인간 류성룡 _ 247
저자소개
책속에서
선조가 류성룡의 주청을 받아들여 두 나라 사신들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황윤길과 김성일이 동평관으로 그들을 찾아갔다. 구실은 이제 출발이 머지않았으니 일본 사신들을 위로하기 위해 연회를 베풀어 주는 것이었다. 이런저런 잡담과 여러 차례 술잔이 돌고 났을 때, 김성일이 슬쩍 곁에 있는 현소에게 물었다.
“요즘 일본의 정세는 어떻습니까? 일본 국왕께서 통일을 이룩하신 뒤에는 이렇다 할 전쟁도 없고 태평성대를 맞고 있겠지요?”
“국내에서 정복전쟁은 끝났습니다만, 중국이 오랫동안 일본과 국교를 끊고 조공을 통하지 못하게 해서, 국왕께서 이 일을 마음속으로 분개하고 부끄럽게 여기시어 싸움을 일으키고자 하니, 조선에서 먼저 이 말을 중국에 알려 조공할 길이 통하게 된다면 조선도 별일이 없을 것입니다. 또한 일본 66주의 백성들도 전쟁의 고통을 면하게 될 것입니다.”
현소가 은밀하게 말했지만 김성일은 불쾌했다.
“우리 조선이 일본왕의 심부름이나 하라는 게요? 더구나 그런 심부름을 안 하면 조선에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인데 그것은 조선과 전쟁을 하겠다는 얘기가 아니겠소이까?”
“옛날 고려 때, 고려가 원(元)나라 군사를 인도해서 일본을 공격했으니, 일본이 그 일 때문에 조선에 원수를 갚으려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현소는 지지 않고 점점 거칠게 대들었다. 결국 대화는 더 이상 이어질 수 없었다. 김성일은 다음 날 류성룡에게 그대로 전했다.
마침내 조선통신사는 무척 오랫동안 기다렸던 종의지 일행과 함께 1590년 3월에야 출발할 수 있었다. 대마도주 종의지는 기뻐하며 공작새 두 마리와 조총 두 자루, 칼과 창 등을 선조에게 선물했다. 선조는 공작새는 바닷가로 나가 날려 보내도록 하고, 조총은 군기시(軍器寺)에 두게 했다. ‘군기시’란 각종 병기, 군 장비를 제조하는 관아이다.
조총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이것이 처음이다. 일본에 처음으로 조총이 전래된 것보다 50년 가까이 늦은 셈이다. 어찌했든 조선에서는 처음으로 조총을 목격하게 됐지만, 그것이 최신무기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그 위력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리하여 조총을 분석해서 이용가치를 찾거나 개량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어 그냥 병기 창고에 보관하는 무관심한 실정이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