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88964439
· 쪽수 : 376쪽
· 출판일 : 2016-06-12
책 소개
목차
추천사 • 4
세 아들의 글 • 8
서문 • 18
제1부 소녀, 희망을 노래하다
이북에서 보낸 유년시절 • 25
삼팔선을 넘다 • 40
6.25 전쟁과 피난살이 • 47
형제가 한 명 더 늘다 • 66
이십 대, 새로운 희망을 품다 • 71
선생님이 되다 • 78
결혼 이야기 • 88
제2부 엄마, 자식이라는 희망을 붙잡다
결혼과 시집살이 • 95
다시 직업전선에 뛰어들다 • 107
기독교로 개종하다 • 113
살아 계신 하나님을 만나다 • 119
교도소 봉사활동 • 130
유아원 원장이 되다 • 139
유아교육 전문가의 길에 서다 • 144
제3부 세 아들, 오직 사랑하여 행복하였노라
큰아들 왕손이네 집
믿음직한 큰아들 준영이 • 155
손자 재영이와 손녀 해나 • 173
큰아들 준영이에게 보내는 편지 • 180
기행문 : 큰아들 가족과 함께한 행복한 여행 • 183
둘째 아들 사랑이네 집
효심 깊은 둘째 아들 윤종이 • 194
맏손녀 은주와 막내 손녀 채연이 • 220
둘째 아들 윤종이에게 보내는 편지 • 227
셋째 아들 다박이네 집
사려 깊은 셋째 아들 윤석이 • 230
손녀 수경이와 셋째 며느리 • 253
셋째 아들 윤석이에게 보내는 편지 • 259
제4부 사람, 고향, 내 마음 밭 그리움
칠남매의 영원한 리더, 아버지 • 265
서정의 뿌리가 된 어머니 • 278
인자하고 단아했던 시어머니 • 298
삶의 동반자, 그리움이 된 남편 • 310
신학문을 한 신여성 사촌 언니 • 335
내 인생과 같았던 친구 • 338
이상한 인연 • 343
고향 바다, 그곳에 가고 싶다 • 348
마지막 남은 밀회의 시간 • 352
글을 마치면서 • 354
신문 기고문 • 363
저자소개
책속에서
삼팔선을 넘다
숲이 한창 우거진 1948년 8월, 서울에서 유학하던 큰오빠를 제외한 우리 가족 여덟 명은 안내자가 요구하는 대로 돈을 다 주고서 남하를 시도했다. 한밤중, 국경을 수비하는 인민군들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남하했다. 아버지는 보따리 위에 네 살짜리 여동생을 앉히고, 어머니는 이제 갓 백 일 된 막내를 업고, 작은오빠는 커다란 보따리를 짊어지고 안내자를 앞세워 길을 나섰다. 열두 살 어린 나도 보따리를 메고 험한 산중 계곡 길을 걷고 걸었다. 당시 북한은 삼팔선 인근에 이미 많은 노동력을 동원하여 산을 파헤치고 땅굴을 파는 등 전쟁 준비가 한창이었다. 밤중에도 일하는 사람들의 소리가 지척에서 들렸다. 우리 가족의 단 한 가지 걱정은 백여 일 된 막냇동생과 네 살배기 여동생이 울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는가였다. 다행히 어린 동생들도 위험한 현실을 느꼈는지 울지 않았다. 우리 가족은 생사를 건 기로에 서서 두려움에 떨며 넘어지고 엎어지면서도 아무 소리 없이 걷고 걸었다. 오빠의 손을 잡은 나는 열두 살이란 어린 나이에 벌써 어른이 된 기분으로 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그저 앞으로 가려고만 했다.
어슴푸레 날이 밝아올 무렵, 드디어 임진강 근처에 이르렀다. 그곳은 임진강 중에서 수심이 얕아 쉽게 강을 건널 수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인민군 수비대가 경비를 서고 있어 우리는 그들의 눈을 피해 잠시 숲 속에 숨었다. 아버지는 안내자와 함께 도강 계획을 세운 뒤 우리가 실수하지 않도록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우선 아버지와 오빠는 숲 속 동굴에 숨어 있다가 밤에 강을 건너기로 했다. 어머니와 나, 동생들은 낮에 강가에서 헤엄치며 노는 척하다가 강을 건너기로 했다. 어머니는 동생들을 씻기며 농사짓는 아낙으로 보이게 했고, 나는 물장구를 치며 인민군 수비대의 동정을 살피다가 순식간에 강을 건너 남하에 성공한 뒤 국군 수비대에 달려가 보호를 받았다. 이윽고 깊은 밤, 불안과 초조 속에 기다리던 아버지와 오빠도 인민군 수비대의 경비가 허술한 틈을 타 무사히 강을 건너 남한 땅을 밟게 되었다. 당시 많은 이북 사람들이 이런 방법이나 배를 타고 밀항해 월남을 했다. 특히 해방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월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주 출신으로 이북에서 반동으로 몰려 이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고향 바다, 그곳에 가고 싶다
내 고향 북청, 동해 바다 끝자락 해변에 가고 싶노라. “가고 싶노라”라는 말까지 세월에 지쳐 무뎌진 80년 세월! 기나긴 인고의 세월 앞에 이제는 슬픈 전설이 되어버린 내 고향, 그리운 고향 바다! 아스라한 고향 길을 오늘도 꿈처럼 더듬더듬 찾아가노라면 높은 절벽과 파란 하늘이 부딪치고, 푸르고 푸르다 못해 검은빛이 감도는 깊은 바다, 파도가 칠 때마다 하얀 속살을 드러내는 하얀 모래사장이 떠오른다. 바닷가에는 하얀 모래밭 사이로 푸른 소나무가 있고, 그 사이사이로 요염한 자태를 흐드러지게 드러낸, 어쩌면 피를 토해낼 듯 붉디붉은 해당화가 밤하늘의 별처럼 총총히 박혀 무리를 이루는 내 고향을 마주하는 순간, 마음은 천국에 있는 듯하다. 그 조화의 극치를 그 누가 만들었을까. 이런 걸작은 조물주이신 하나님이 아니면 그 누가 만들 수 있겠는가!
그 어느 날, 세찬 비바람이 불고, 거센 파도가 몰아치던 칠흑 같은 밤, 지친 날개를 웅크리고 뒤뚱대며 어미를 찾아 헤매던 아기 기러기는 어쩌다 어미와 이별을 했을까? 그날 밤 어미를 다시 만났는지 그 사연이 지극히 궁금하다.
지금이라도 통일이 된다면 늦은 막차라도 타고 가 숨차게 뛰어 눈앞에 아른거리는 고향 바다에 가고 싶다. 오늘도 여전히 나를 기다리며 피어 있을 해당화가 고운 꽃가루를 뿌리며 눈물겹게 나를 반길 그 곱고 고운 꽃길을 걷고 싶다. 그 길을 걷다 보면 누구나 요정이 되어 하늘로 바다로, 그리고 하얀 모래와 처절하도록 붉게 핀 해당화 가시밭길을 날듯이 지나게 될 것이다. 아, 고향의 기억은 내 품에 안고 내 긴 시름의 추억들은 훌훌 날리고 싶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