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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89449676
· 쪽수 : 232쪽
책 소개
목차
시화일률집을 펴내며 3/ 아득한 성자 11/ 허수아비 13/ 아지랑이 15/ 산에 사는 날에 17/ 산일(山日) 19/ 산일 1 21/ 산일 2 23/ 심우(尋牛) 25/ 견적(見跡) 27/ 견우(見牛) 29/ 득우(得牛) 31/ 목우(牧牛) 33/ 기우귀가(騎牛歸家) 35/ 망우존인(忘牛存人) 37/ 인우구망(人牛俱忘) 39/ 반본환원(返本還原) 41/ 입전수수(入廛垂手) 43/ 무설설(無說說) 1 45/ 무설설 2 47/ 무설설 3 49/ 무설설 4 51/ 무설설 5 53/ 별경(別境) 55/ 마음 머무르지 않고 57/ 헛걸음 59/ 청개구리 61/ 설법 63/ 내가 나를 바라보니 65/ 비슬산(琵瑟山) 가는 길 67/ 가는 길 69/ 나는 말을 잃어버렸다 71/ 산창을 열면 73/ 치악일경(雉岳一景) 75/ 부연 끝 아픈 인경이 77/ 고향당 하루 79/ 내가 죽어보는 날 81/ 불이문(不二門) 83/ 재 한 줌 85/ 인생을 진공(眞空)에 부쳐 87/ 제자리걸음 89/ 청학(靑鶴)-暎虛선사 91/ 좌불(坐佛) 93/ 베틀에 앉아 95/ 한등(寒燈)-白水선생 97/ 석등(石燈) 99/ 남산골 아이들 101/ 대령(對嶺) 103/ 살아갈 이 생애가 105/ 뱃사람의 말 107/ 된새바람의 말 109/ 된마파람의 말 111/ 뱃사람의 뗏말 113/ 된바람의 말 115/ 부처 117/ 바위 소리 119/ 고목 소리 121/ 몰현금(沒絃琴) 한 줄 123/ 시간론 125/ 사랑의 거리 127/ 취모검(吹毛劍) 날 끝에서 129/ 말 131/ 마음 하나 133/ 적멸을 위하여 135/ 오늘의 낙죽(烙竹) 137/ 인천만 낙조 139/ 바다 141/ 파도 143/ 솔밭을 울던 바람은 145/ 숲 147/ 일월(日月) 149/ 쇠뿔에 걸린 어스름 달빛 151/ 오후의 심경(心經) 153/ 오늘 155/ 명일(明日)의 염(念) 157/ 출정(出定) 159/ 간간이 솔바람 불고 161/ 주말의 낙필(落筆) 163/ 노망기(老妄記) 165/ 심월(心月) 167/ 떡느릅나무의 달 169/ 할미꽃 171/ 죽을 일 173/ 이내 몸 175/ 달마(達摩) 1 177/ 달마 2 179/ 달마 3 181/ 달마 4 183/ 달마 5 185/ 달마 6 187/ 달마 7 189/ 달마 8 191/ 달마 9 193/ 달마 10 195/ 앵화(櫻花) 197/ 사랑의 물마 199/ 어간대청의 문답(問答) 201/ 궁궐의 바깥 뜰 203/ 삶에는 해갈(解渴)이 없습니다 205/ 사랑 207/ 빛의 파문 209/ 춤 그리고 법뢰(法雷) 211/ 숨 돌리기 위하여 213/ 나의 삶 215/ 천심(天心) 217/ 염원 219/ 내가 쓴 서체를 보니 221/ 너와 나의 절규 223/ 내일은 또 어느 하늘가 225/ 시자(侍者)에게 227/ 跋, 출세간에서 맺은 법연의 향기 228
책속에서
먼 산에 눈 녹고 앞뜰에 꽃망울 맺히니 새봄이다. 얼었던 어성천이 풀리고 버들개지는 움을 틔운 지 오래됐다. 이맘때쯤이면 무문관에서 해제를 하고 나온 무산 사형님이 늘 전화로 안부를 물어오곤 했다.
“내다. 잘 지냈나. 몸은 우떻고? 벨일 없으믄 됐다. 중은 벨일 없어야 도인이다.”
사형님은 늘 그랬다. 종문의 큰 어른임에도 병약하거나 못난 사람일수록 끔찍하게 챙겼다. ‘아랫것이 먼저 안부를 물어야 하는데……’ 하고 송구스러워하면 ‘니는 참중이고 내는 가짜중 아이가’ 하며 무안까지 덮어주셨다. 가끔은 선정 중에 쓴 게송을 들려주기도 했다. 그리고는 당신이 쓴 시에 너는 그림을 그려 넣으라고 했다. 혹시라도 머뭇머뭇하면 예의 바람 소리 같은 목소리로 혼을 냈다.
“천지만물이 시 아닌 게 어디 있고, 삼라만상 중 그림 아닌 게 어디 있노?”
―― 펴내는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