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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동양철학 > 동양철학 일반
· ISBN : 9788989884910
· 쪽수 : 472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최초의 심리학자이자 혁명가, 맹자를 찾아가는 길
쩌우청의 맹자 유적지 위치와 교통편
1장 사맹四孟의 도시, 쩌우청鄒城을 가다 - 이산嶧山
01 손님이 되는 인문여행
02 공맹의 역사 전망대, 이산
03 쩌우청 기차역, 공자맹자탄생성지비孔子孟子誕生聖地碑
04 티에산 공원, 맹모교자상孟母敎子像
05 역사가 기록한 여자, 칠녀漆女 이야기
2장 맹자의 유년을 찾아서 - 맹자고리孟子故里, 맹자고택孟子故宅
01 맹가孟軻라는 이름의 비밀
02 맹가가 태어나 뛰놀던 고향
03 맹모정孟母井과 맹모지孟母池를 찾다
04 맹자의 아버지는 누구인가?
3장 아들만큼 유명한 어머니 - 맹모삼천사孟母三遷祠, 맹모림孟母林
01 맹모삼천사孟母三遷祠, 맹모는 두 번 이사했다
02 맹모사孟母祠, 자사서원子思書院, 자사사子思祠의 옛터
03 맹모가 영웅이 된 수상한 내력
04 맹모의 자식 교육
05 위대한 어머니의 안식처
06 맹모를 기리는 노래들
4장 인간 맹가에서 역사의 맹자로 - 맹림孟林
01 공자 후손, 맹자의 자취를 찾다
02 맹림, 맹자의 안식처
03 사마천, 맹자를 푸대접하다
04 조기趙岐, 맹가를 살린 사람
05 주희朱熹, 《맹자》를 살린 사람
5장 슈퍼스타 맹자를 만나는 곳 - 맹묘孟廟
01 맹자의 철학적 위상
02 세월이 빚은 판타지
03 또 하나의 숲, 비림碑林
04 하늘이 만든 우물 이야기, 천진정天震井
05 맹자의 영혼이 숨 쉬는 곳, 아성전亞聖殿
06 싸움닭 맹자
07 《맹자성적도孟子聖迹圖》
08 맹자의 또 다른 아버지, 자사子思
09 맹자의 효孝 이야기
6장 등불이 꺼지지 않는 부활의 터전 - 맹부孟府
01 맹부에는 누가 마지막으로 살았나?
02 몇 개의 문을 지나야 하는가?
03 지방 권부의 심장과 사적 공간
04 꽃이 반기는 정원을 거닐다
7장 혁명가 맹자
01 백성의 고통은 누구의 책임인가?
02 정도전, 맹자의 부활
03 조선을 관통한 맹자
에필로그
/삶의 현장에서 사상가를 만나는 ‘인문여행’을 떠나며
부록
·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맹자성적도》
· 어디서 잘까? - 쩌우청의 숙박
· 무엇을 먹을까? - 쩌우청의 특색 음식
참고문헌과 자료
저자소개
책속에서
오랜 ‘침묵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주나라가 천하를 차지했으니 사실을 인정하고 더 이상 이 문제를 거론하지 말자고 서로 무언의 약속이나 한 것처럼 보였다. 이 무언의 침묵을 깬 사상가가 있었으니 바로 맹자이다. 그는 신분제 사회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주장을 들고 나온다. 바로 ‘역성혁명易姓革命’의 정당성을 주장한 것이다. 군주는 백성을 보살펴야 한다. 오히려 백성을 도탄에 빠뜨리는 폭군은 더 이상 군주가 아니다. 따라서 설혹 폭군을 죽인다고 해도 그것은 왕을 죽인 반란이 아니라 범죄자를 처단한 정의의 실현이다. 맹자는 현실의 왕 같지 않은 왕을 서슴지 않고 ‘독부獨夫’(독재자)라고 불렀다. 나아가 ‘누구를 위한 나라인가?’에 대해 새로운 가치 서열을 제시했다.
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
민위귀, 사직차지, 군위경.
“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나라)이 그다음이고, 군주가 가장 가볍다.”
_<진심> 하14
맹자는 신성한 절대 권력의 자리에 백성을 올려놓았다.
_프롤로그
얼마나 걸렸을까? 포기할까라는 생각이 들 때쯤 비스듬하게 누워 있는 큰 너럭바위를 만나게 된다. 내 느낌으로는 2km는 더 온 듯하지만 실제로는 200m 남짓일 뿐이었다. 고개를 드니 이제 정상의 턱밑이다. 바위를 타고 몇 걸음만 더 오르면 된다. 푸른 하늘과 마주 선다. 갑갑했던 시야가 트이니 마음도 탁 트인다. 맺힌 땀방울을 스치는 바람이 더할 나위 없이 청량하다. 정상에 오른 사람만이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선물이다.
잠시 힘이 풀린 다리에 다시 힘을 넣고 사방을 둘러보니 맹자가 전한 공자의 말을 실감할 수 있다.
“모든 것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말에 딱 맞는 광경이다. 책에서 볼 때는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막상 정상에 오르니 오히려 예쁘게 표현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산 아래로 펼쳐진 마을이며 나무며 모두 소인국의 나라처럼 보인다. ‘관해석觀海石’ 바다를 보는 돌, 정상의 바위에 새겨진 이름이다. 그 옛날에는 이곳에서 바다가 보였던 것일까? 쩌우청이 바다가 융기한 지역임을 말해 주는 것이리라. 그리고 난간에는 수많은 붉은 천들이 겹겹이 묶여 있어, 마치 범인凡人들의 소망이 불길처럼 타오르는 것 같다.
멀리 산 너머 북쪽으로는 쩌우청의 시가지가 손에 잡힐 듯 보였다. 맹자는 분명 이곳에서 호연지기浩然之氣를 떠올렸으리라. 그러다 문득 홀로 계신 어머니가 마음에 걸려 혹시나 자신의 집이 보이지 않을까 한 손을 이마에 붙이고 눈을 찡그리고 있는 한 남자의 모습이 겹쳐진다. 왠지 마음이 뜨거워졌다. 나는 지금 성인聖人도 아성亞聖도 아닌 그 남자, 맹가孟軻와 같이 서 있다.
사람은 각자 자신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 사람이 자신의 경험과 지식에 갇히면, 더 넓고 더 깊은 세계를 보지 못하고 자기 고집만 피우게 된다. 이 고집은 웬만해선 꺾이지 않는다. 특히 자존심과 결부되면 설령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아도 결코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군자는 자신이 일구어 낸 세계를 늘 전체와 연결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