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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90492517
· 쪽수 : 248쪽
책 소개
목차
단풍 열 끗
미궁의 눈
최덕근 행장
꽃피는 봄날엔
바하무트라는 이름의 물고기
세 노인
혜원거사 창종기
안개 무덤
발문 - 무거운 이야기를 가볍게 쓰기 / 안재성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지가 참 뭐에 씌어두 단단히 씌인 모냥이유. 게우 중학교 졸업한 주제에 지도자협의회 회장을 하면서 시市다, 도道다 하구 나대다 보니 아예 고 맛에 빠졌었나 봐유, 글구 한 집안이면서두 아저씨네는 잘된 자손이 많은데 우리쪽으루는 모두 농사꾼으루나 빠진 것에 오기두 났구유. 그래서 눈을 뒤집어쓰구 조합장을 해볼랴구 나선 것인데 차마 땅뙈기는 못 팔겠어서 마누라가 울며불며 매달리는 거 뿌리치구 그 돈을 쓴 거유. 정신 못 차릴 때는 돈에 표 써 붙였나 싶더니 아까 차를 타고 오면서부터 정신이 돌아오는데 참 미치겠더구먼유. 내가 짐승이지, 사람이냐 싶은 게. 참, 그 돈이 어떤 돈인데, 아들 놈 다리 하구 바꾼 건데."
양종택이의 각진 얼굴 위에 굵은 눈물이 줄을 짓고 있었다. 그제서야 재구 씨는 양종택이의 6학년짜리 큰아들이 작년에 당한 교통사고를 떠올렸다. 그 사고로 아이는 다리 하나를 잃었고 나중의 소문으로는 농사지어서는 만져보기 어려운 큰 돈을 보상금으로 받았다고 했다.
"그 돈은 십 원짜리 하나 안 쓰구 애 앞으루 놔 둔다구 마누라하구 철석같이 약속을 했어유. 그런데 조합장한다구 그 돈을 끌어다가 술에 밥에 퍼먹어댔느니 지가 사람이유, 짐승만두 못 허지."
양족택이는 소 같은 어깨를 들먹이며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그 술과 밥을 제일 많이 퍼먹었을 김남섭이는 맥주잔을 놓지도 들지도 못한 채 훌짝이고 있었다. 재구 씨는 가슴 한 켠이 찡해져서 밖으로 나왔다.
- '단풍 열 끗'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