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올해의 추리소설

숟가락 두 개 - 서미애
차바퀴 밑의 인생 - 김경로
스튜디오 몽(夢) - 오현리
당신의 선물 - 정석화
뫼비우스의 꿈 - 김연
짐승을 처단하다 - 최종철
포말 - 현정
주초위왕 - 이수광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 - 류성희

오늘 그는 짧지도 길지도 않은 자신의 일생을 마감할 작정이었다. 영혼이 빠져나간 육체는 아무래도 좋다. 그건 남겨진 사람들의 몫이다. 자신을 이렇게 만든 세상 사람들의 몫. 썩어빠진 세상. 자신을 요구하지도 필요로 하지도 않는 세상. 자신을 버린 세상을 이제 자기가 버리려 한다. 더 이상 버티고 살아갈 아무런 힘도 능력도 돈도 남아 있지 않은 이 세상. 죽은 후에야 영혼이 어디로 가든 그 또한 무슨 상관이냐? 남은 건 죽음뿐이다. - 김연, '뫼비우스의 꿈' 중에서

노력. 성실. 그녀는 그런 것들이 인생을 좀먹는다고 여겼다. 성실한 자들은 그 성실함으로 인해 자신들의 인생이 저당 잡히고 있음을 몰랐다. 그들이 성공으로부터 멀어져가는 동안 그 자리는 이기적이고도 제멋대로이며 멋진 상상력을 지닌 자들이 메워나갔다. 그들은 교활했으며 담대했다. 그들은 승리자였다. 청미는 그러한 부류에 속하는 한 사람을 알고 있었고, 자신도 그를 닮고 싶었다. 기회를 잡아야 했다. 하지만 어디에서, 어떻게? 청미는 아직 해답을 몰랐다. 그녀는 자신만의 시간이 필요했고 그런 그녀에게 한적한 여름바닷가는 제격이었다. - 현정의 '포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