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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90784728
· 쪽수 : 336쪽
· 출판일 : 2008-05-05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세상 마지막 날이 온 건가” 두려움에 사로잡힌 한 여인이 오두막 밖에서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나는 답을 알 수 없었다. 그때 어머니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디에우! 디에우!” 어머니는 크게 소리 지르고 있었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그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가늠할 수 없었다. 오두막 안에 누워 있던 아이들도 모두 깨어나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나와 같은 오두막에서 자던 형제들의 이름을 목이 터져라 외치고는 다시 “얘들아! 얘들아!”하며 소리쳐 불렀다. 마을의 소들은 놀라 길게 울부짖으며 폭풍우 치듯 큰 소리로 오줌을 쌌다. 그때 어디선가 한줄기 바람이 훅 불어왔다. 드디어 출입구의 희미한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풀로 엮은 두 겹의 문을 젖히며 바깥 세계로 나왔다. 그곳에 서서 기묘하게 붉은 여명이 떠도는, 미쳐 날뛰는 세상을 바라보았다. - 본문 11쪽에서
고통 속에서 걸었고, 먹을 것을 찾아 헤맸고, 잠을 잤던 기억만 희미하게 날 뿐이다. 우리는 딩카족과 누에르족 지역을 가르는 경계선을 넘은 뒤 이마에 누에르인임을 상징하는 흉터가 있는 한 무리의 남자들과 마주쳤다. 나는 또 한 번 심하게 두들겨 맞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다행히 그들은 우리를 해칠 생각이 없었다. 그들은 아브라함을 보더니 나이를 짐작하고 내가 아들인지를 물었다. 아브라함이 대답할 때 나는 그의 곁에 서 있었다.
“가족들은 모두 살해당했습니다,” 대답을 한 아브라함이 손을 들어 서쪽을 가리켰다. 입을 굳게 다문 그의 볼에서 눈물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나는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아브라함은 내가 절망할까봐 2주 내내 아내와 아이들의 죽음을 마음속에만 묻어 두었던 것이다. 사실을 알게 되자 충격이 몸 전체로 퍼져 갔다. 진흙 소를 함께 가지고 놀던 내 씨름 친구 마작이 둑 빠유엘 습격 때 죽었다니. 아브라함의 다른 가족도 모두 죽었다니. - 본문 73~74쪽에서
태양은 계속해서 우릴 구워대고 있었다. 소년들은 오줌이라도 마시려고 손에 컵을 들고 이 사람 저 사람 옮겨 다니며 오줌을 눠 달라고 애걸했다. 그때까지 오줌을 눌 수 있던 몇 안 되는 아이들은 애걸복걸하는 소년들의 청을 들어주었다. 나 역시 그들의 은혜를 구걸했다. 하지만 내게 은혜를 베풀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컵에 담은 오줌을 마시는 소년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나는 비틀거리며 계속 걷고는 있었지만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바로 그때,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길을 따라 유엔의 물 트럭 한 대가 우리 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게 아닌가. - 본문 145쪽에서
우리는 함께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가 팔로 나를 감싸 안았다. 여전히 아버지의 팔에서는 씨름꾼다운 힘이 느껴졌다. 아버지는 집 앞에 선 채로 나와 형들을 얼싸안은 채 그 자리에서 기도를 드렸다.
“존은 제게 잃어버린 아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다시 살아 돌아왔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렇게 5일간을 아버지와 함께 지냈다. 아버지는 염소 다섯 마리와 소 한 마리를 잡았고, 마을 사람들을 불러 축하 잔치를 벌였다.
아버지는 내가 그곳에 있는 동안 내내 나를 어루만졌다. 마치 내가 돌아온 것이 자신의 상상이 아님을 확인이라도 하듯. 그는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우리 땅을 세상에 알린 첫째 아이다. 우리 문제를 세상에 속속들이 알린 첫째 아이야. 그리고 이젠 이 아이가 우리에게 병원을 지어 줄 것이다.” - 본문 317쪽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