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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한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88990853738
· 쪽수 : 300쪽
책 소개
목차
제1막 저녁노을에 물든 새
1장 : 칠흑의 새벽
The Dawn of Pitch-black
2장 : 시작의 인(因)
a Cause of the Start
3장 : 슬픔에 관한 추억
The Reminiscence about the Sorrow
제2막 흉검의 기사
1장 : 불길한 해후
an Unlucky Chance Meeting
2장 : 흉검(凶劍)의 기사
The Knight of the Evil Sword
저자소개
책속에서
라케르트는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용병을 막아섰다. 라케르트의 입장에서는 아직 자신의 정체가 세인들에게 알려져선 안 되었기에 목격자를 살려서 보낼 수는 없었다. 그는 붉은 검을 용병을 향해 치켜들었다. 용병은 라케르트가 자신을 막아서자 공포에 앞서 짜증이 울컥 솟아났다.
"네 놈은 어째서 우리를 죽이는 거냐!?"
"내게 무기를 겨눈 자. 설사 신이라 할지라도 베어버릴 뿐이다."
그 용병도 이렇게 된 이상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 생각했는지, 단검을 꺼내 난폭하게 휘두르며 라케르트를 향해 맹렬히 달려들었다. 사실 저 믿기 힘든 힘을 지닌, 괴물 같은 늑대를 보고나니 눈앞에 있는 라케르트가 정말 만만해 보였던 것이다.
"아스라이 사라지는 눈물. 슬픔을 머금고 그대를 가는구나. 애달프다 그대의 입술. 그대의 자리에 처연히 남은 삶의 유희 하나..."
라케르트는 사람이 죽을 때 읊는다는 진혼시인 망월애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음유시인을 자처하던 라케르트답게 그가 부르는 망월애가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리듬과 애절함을 담고 있었다.
"죽어랏!"
"요정으로 태어나 기쁨을!"
- 챙!
라케르트는 정단의 자세에서 찔러 들어온 용병의 검을 검등으로 올려치고는 횡으로 길게 내리그었다. 용병은 라케르트를 지나쳐 몇 걸음 더 걷다가 몸이 갈라지며 쓰러졌다.
"...그리고, 인간으로 태어나 슬픔을..."
라케르트가 마지막 시구를 읊음과 동시에 용병의 몸에서 피가 솟아 올라와 밤하늘 위로 뿌려졌다. 붉은 월광의 밤에 뿌려지는 새빨간 피는 깊디깊은 슬픔을 머금고 있었다.
"...오늘 같은 밤은 술에 취하고 싶다."
라케르트는 자신과 늑대가 저지른 살육의 현장을 바라보며 쓰디쓴 표정을 지었다. 짙은 피 냄새가 폐 속 깊숙이 파고 들어오자 옛 생각들이 떠올랐다.
"붉은 피가 그 날의 일을 생각나게 하는군. 후후..."
라케르트의 기분을 아는지 학살을 마친 늑대도 검붉은 하늘로 특유의 울음소리를 가득 뱉어 냈다.
- 아우우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