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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0944597
· 쪽수 : 136쪽
· 출판일 : 2019-09-27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청춘
큰구슬붕이
잡채밥
바람이 한 숙제
방 뺀 날
경계의 힘
그래도
곡선이라는 꽃
쓸쓸한 나라의 씁쓸한
목소리
당신 사용 설명서
고맙지
그해 여름의 유물론
고인의 댓글
마지막 한 수
엄마의 감자
제2부
정물
사막의 신
꽃이 꽃에게
짓
배롱나무 전설
쓸쓸한 말
나팔꽃
나무늘보
대꽃이 피면
숟가락
묘박錨泊
하얀 방
아주 오래된 용돈
우걱우걱
배후背後
고마운 일
한 그릇의 밥으로만
제3부
탁란
학리 언덕길
까마득한 체온
애비의 문자
잠시
앙장구 속 같이
긍정적 집게손가락
늙은 사자
부전동에 가시거든
손 신호
대패 삼겹살
씨바의 여왕
야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천 원
몫
제4부
7번 국도
미륵을 묻다
공은 어디서 구르고 있나
우리 동네 이발소
상어
행복했던 도시철도
그런 나라의 좀벌
우울한 신문의 달인
청백리상
벽
사람이 먼저니
밤
낯선 설국 같은
먹물 버리는 곳
산은 산 물은 물
해설
‘뒤’를 돌아보는 서정의 힘
하상일(문학평론가, 동의대 교수)
저자소개
책속에서
산 아래 길을 묻고 있다
모르는 이가 모르는 이에게
산에서 나온 이가 산너머 가리킨다
믿고 산으로 들어가는 사람
웅크린 산 어깨 위로
젖니 같은 별 하얗게
풋풋이 돋기 시작했다
여름밤이었고
모두 처음처럼 세상 푸르렀다
- '청춘'
이천여 년 전의 방가지똥 씨앗이
스스로 발아가 된 적이 있다고 한다
한 해밖에 못 사는 풀이 때를 기다린 것이다
사랑할 만한 세상이 오지 않아
이천 년 동안 눈 감은 태연함이라니
고작 일 년 살자고 이천 년을 깜깜 세상 잠잤다니
어찌 꽃만의 일이랴
우리도 한 천 년쯤 자다가
살고 싶은 세상 왔을 때 눈 뜨면 어떨까
사람이 세상을 가려 올 수 없으니
땅에 엎드린 바랭이들 한 천 년쯤 작정하고
씨앗을 묻었다는 매향埋香의 기록
아, 어느 어진 왕이 천 년 후를 도모했던가
침향이 되면 아름다운 향기로 살라고
백 년도 아닌 천 년을 걸어 나무를 심었단다
그것은 사람이 심은 방가지똥이었다
한 해 지어 한 해 먹던 풀들이
천 년 후의 씨를 뿌렸다는,
매향에 관한 몇 줄의 글
읽고 또 읽고
노오란 꽃을 든 미륵이 눈에 어른거렸다
- '미륵을 묻다'
불빛은 머리에 낀 랜튼뿐 주변은 칠흑어둠 좁은 시야에 극심한 분진 시계는 몇 미터! 윙윙 도는 컨베이어 벨트에 작업복이라도 걸리면 손장갑이라도 걸려들면 허리 잘못 돌리다 넘어지면 손 잘못 디디면 고개 잘못 들면 윙윙 죽음의 카펫 붉게 깔린다 김용균 군*이 참혹하게 숨진 그곳에선 십년 동안 서른세 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바쳤단다 단지 배부른 누군가의 호주머니를 위해 우주 같은 꽃이 졌단다 모든 걸 원가로 따지는 악착 같은 자본은 목숨마저도 돈으로 계산한다 자본의 주린 아가리, 그 아가리에 또 누군가는 협착 압착 추락 절단 질식이란 제목으로 목줄을 끊을 것이다 어쩌면 사고확률과 사고에 지급될 몇 푼의 보상금마저도 치밀하게 원가 계산에 넣었는지도 모른다 그때 노동자는 부품이 되고 목숨은 부속품 값이 되고 만다 김용균 법 만들었으니 됐다고? 천만의 말씀! 어디 법이 없어 노동자가 죽었는가? 그곳은 정말 오래된 온갖 적폐의 현장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민낯! 사람이 먼저라면 현장을 현장답게 만들어라 현장이 현장을 맡도록 하라 현장에서 공무원을 뽑아라 사람을 살리려면 사람을 바꿔라 시늉만 하는 것들은 빼고, 세월호 때 본 껍데기들은 빼고 현장의 근육들로 공조직의 골격을 갖춰라 들판의 개밀 같은 사람으로 바꿔라 사람이 먼저니 사람부터 바꿔라
-'사람이 먼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