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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68671256
· 쪽수 : 234쪽
· 출판일 : 2023-10-31
책 소개
목차
2013 제1회 제주4·3평화문학상 현택훈
곤을동 / 풀베개 / 옛날 옛적 머쿠슬낭 / 지상의 우편함 / 남수각 / 돔베고기 / 영주식당
2014 제2회 제주4·3평화문학상 박은영
북촌리의 봄 / 견치(犬齒) / 파종 / 불카분낭 / 어우늘 / 백년초 / 단추
2015 제3회 제주4·3평화문학상 최은묵
무명천 할머니 / 그림자 마을 / 쓰다듬다 / 돌하르방의 꿈 / 서귀포우체국에서 / 헛묘 / 미리 붉다
2016 제4회 제주4·3평화문학상 김 산
로프 / 붉은 억새 / 옛이야기 / 잠녀 / 제주소년 / 지슬 / 황금 뼈들
2017 제5회 제주4·3평화문학상 박재우
검정고무신 / 동정귤 / 양복천 할머니 / 풍사(風邪) / 다랑쉬굴 / 구술사(口述史) / 정방폭포에서
2018 제6회 제주4·3평화문학상 정찬일
취우(翠雨) / 벌써 입동 / 도엣궤 / 폭낭 / 무등이왓 / 섯알오름의 새비 / 지박령(地縛靈)
2019 제7회 제주4·3평화문학상 김병심
눈 살 때의 일 / 난산, 겨울 감자밭 / 대살(代殺) / 파천 / 개탕시낭 / 우리에게 봄날이 오겠지 / 제주 바람
2020 제8회 제주4·3평화문학상 변희수
맑고 흰죽 / 다시 녹을 연모하다 / 흰색이 된다는 말은 산 자를 위한 혼령들의 후일담 같은 것일까 / 지슬 / 모르는 사람 / 한라의 폭설을 다녀온 것처럼 흰 개를 쓰다듬었다 / 남쪽의 결
2021 제9회 제주4·3평화문학상 김형로
천지 말간 얼굴에 동백꽃물 풀어 / 말하는 뼈 / 그 섬에 가시거든 / 그렇게 지나갔다 / 평화의 대통령 / 몸짐 / 사난 살암신가
2022 제10회 제주4·3평화문학상 유수진
폭포 / 경사 / 귤 / 검은 단어 / 자리왓 / 섯알오름 / 발끝의 사례
2023 제11회 제주4·3평화문학상 한승엽
영남동 / 빗개 이후 / 빌레못굴에서의 성찰 / 새별오름에게 듣다 / 그 바람에 볼레낭 / 창꼼바위 너머 / 매듭
저자소개
책속에서
2023 제11회 제주4·3평화문학상 시 부문 수장작
영남동 (한승엽)
한라산 남쪽 아래 첫 마을
안개가 귀띔해준 얘기 때문에 옷깃을 여미고 있다
이윽고 무리 지어 올라오는 광기의 눈빛에도
머릿속은 말라버린 층계 밭에 갇혀 멈칫멈칫 헤매는데
악몽처럼 올레는 아찔한 소란에 어둑해지고
고막을 때리듯 문짝이 부서지더니 지붕이 활활 타올랐다
와들와들 울부짖는 불기둥, 신들린 것 같았다
기댈 벽도 없이
저절로 살아남을 수는 없었다
대물림할 수 없는 것들만 넋 나간 채 나뒹굴고
한 죽음이 또 다른 죽음의 눈을 감겨주는 찰나에도
우물에 갔다는 누이도 연기처럼 돌아오지 않아
숯검정을 쓴 채 정체 모를 벽에 휩싸여
검은 하늘이 지붕이고
잃어버린 번지수가 달빛에 걸려 있었다
그러나 서성거리는 우주의 끝에선
잠들지 않는 물소리가 흰 그늘로 길게 흘러가고
늑골로 빠져나간 바람까마귀가 대숲을 빙빙 돌다
기어이 지층을 깨우듯 울음을 터뜨리던
지상의 마지막 화전(火田)
거칠게 멍든 살갗이 바짝 곤두서고 있다
눈물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처음 알았기에
허상의 벽과 벽을 지우며
상처가 아무는 자리에 피 울음의 뿌리라도 처연히 솟아 날까,
영영 폐족을 꿈꾸지 않았던 이름들
주름 깊은 웃음으로 기꺼이 밤길을 헤치고 돌아와
세상 한구석 어둠의 체위를 바꾸려고
서로 이마를 맞대 푸른 잎을 피워 올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