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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0944610
· 쪽수 : 112쪽
· 출판일 : 2019-12-30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바닷가재 요리법
아무 곳에서도 피니 꽃이다
접착제
열쇠수리공이 만든 신화
종이봉지에 담은 저녁
호수안경점
빈집의 불은 누가 켤까
유마경변상도
전사자세
날개의 탄생
시베리아에 도착한
배어나온 창
우물
파란 모과
독한 답
먼지의 주소
구이 아닌 조림
철마 가는 길
패스트푸드점에서 풍경을 만나다
제2부
레고 랜드
연화리 포구
반성하는
나무의 생활양식
광장 까마귀
밤의 고분
파트너는 슈퍼에서
모퉁이를 도는 늙은 개
무엇이 중하지
얼굴을 닦을 때 시간이 걸어간다
핥는다는 것에 대하여
보통의 시간
흑악기
익기를 기다리다
구운 계란
누드
접두사 개
제3부
어두워져 오늘은
협재가 부르는 노래
로마노소프 도자기 스프그릇
총알
쏟아지는 밤
낮잠왕국
까마귀가 보는 아침
활주로
한 번은 모르고 너의 외투를 걸친다
정체불명의 손님
아프리카 아침
곡각지를 돌아
비를 읽는 남자
정육점 라디오
벽이 먹어버린 사내
출렁이는 골목
저장된 문자6
왕복티켓
뺄셈
해설__김경복(문학평론가, 경남대 교수)
신의 의지를 찾는 영혼의 빛
저자소개
책속에서
김정희 시인의 시선은 흘러간 시간에 오래 머물 때가 있지요. 유물이 되고 유적이 되는 시간을 읽고 성실하게 복원합니다. 그건 지도에서 사라져 ‘과거의 반을 접어 미래를 가져’오는 일이지요. 생몰연대를 모르는 시간에 대한 시인의 애착이지요. 저는 그 애착에서 시인의 시몽(詩 夢)이 좋습니다. 그 꿈의 거리는 신라에서 돈황까지 이어집니다. 시인의 꿈은 ‘만개한 꽃은 떨어지고/꽃 한 송이 노랗게 저물어갈 때’에 ‘접선을 기다리는 이’입니다. 일상이 만든 스펙트럼보다 시간을 포획하는 시인의 꿈이 더욱 확장 되고 깊어지길 축원합니다. 시인의 시 역시 오랜 시간 후에 시집이란 고분에서 발굴되는 일이지 모르니까요.
-정일근(시인, 경남대학교 석좌교수)
김정희의 시는 인식을 정서 표현의 지렛대로 활용하여 그 시적 세계를 구축한다. 타락한 세계의 본질을 인식하고 그것의 모순을 비판하는 가운데 그리운 것을 찾는 주문으로서의 시의 형식을 발견하는 것이다. 이것은 이성과 감성의 행복한 화학적 결합이다. 그 결합의 양상으로 김정희 시의 독자성과 독특성이 보장되고 있는 것이다.
-김경복(문학평론가) 해설 중에서
의자에 먹이가 도착한다
몇 방울 펼쳐지는 꽃잎
주름 따라 펴지는 붉은 입술
따뜻하게 데워지면 주름은 펴지고
뼈와 살이 붙어버린 벽
재생을 꿈꾼다
말랑한 벽의 귀
벽지의 눈길에 시들한 사내
빗금으로 잘라
기억의 미래를 먹어 치운다
입 무늬 벽이 꿈틀대자
천천히 사라지는 그림자
긴 숨으로 달라붙는 눈썹
찢어진 벽지 사이로 들어가
벽은 사내를 먹고
그림자를 토해낸다
벽지, 꽃 몽우리로 불룩하다
-「벽이 먹어버린 사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