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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전 일본소설
· ISBN : 9788991094321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09-02-27
책 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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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소스케와 오요네는 확실히 금실이 좋은 부부였다. 함께 살기 시작한 후로 지금까지 육 년이라는 세월 동안 한 번도 반나절 이상 어색한 기분으로 지내본 적이 없었다. 말다툼으로 얼굴을 붉힌 적은 더욱 없었다. 두 사람은 포목점에서 옷감을 사오고, 쌀집에서 쌀을 사다 밥을 지어 먹었다. 그러나 그런 곳 외에는 일반 사회에서 기대하는 데가 극히 적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사회의 존재성을 일상생활의 필수품을 공급해 주는 곳 이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서로뿐이었고, 또 그것으로 그들은 충분했다. 그들은 산속에 살고 있는 듯한 심정으로 도시에서 살고 있었다. - 175~6쪽
세상은 가차 없이 그들에게 도의상의 죄를 물었다. 그러나 그들 자신은 도의상 양심의 가책을 받기 전에 먼저 망연자실하여 자신들이 제정신인가를 의심했다. 그들은 그들의 눈에 부도덕한 남녀로서 부끄럽게 비치기 전에, 이미 이해할 수 없는 남녀로서 불가사의하게 비쳤던 것이다. 여기에 변명다운 변명이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므로 말할 수 없는 고통이 뒤따랐다. 그들은 잔혹한 운명이 변덕을 부려 아무 죄도 없는 자기들을 불시에 덮침으로써 장난치듯 함정 속에 빠뜨린 것을 원통하게 생각하였다.
불륜의 발각이 정통으로 그들의 미간에 꽂혔을 때, 그들은 이미 도의적인 경련의 고통을 극복하고 있었다. 그들은 창백한 이마를 솔직하게 앞으로 내밀고 불꽃과 비슷한 낙인을 받았다. 그리고 무형의 쇠사슬에 묶인 채 서로 손을 잡고 어디까지라도 함께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은 부모를 버렸다. 친척을 버렸다. 크게 보면 일반 사회를 버렸다. 어쩌면 그들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쪽이 옳았다. 물론 학교로부터도 버림받았다. 다만 표면적으로는 스스로 퇴학한 것으로 하여 형식상 인간다운 흔적을 남겼다. - 198쪽
그는 오래도록 문밖에서 서성이는 운명으로 태어난 듯했다. 거기에는 옳고 그름도 없었다. 하지만 어차피 통과할 수 없는 문이라면, 일부러 거기까지 찾아가는 건 모순이었다.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갈 용기가 도저히 나지 않았다. 그는 앞을 바라보았다. 눈앞에는 견고한 문이 언제까지나 전망을 가로막고 서 있었다. 그는 그 문을 통과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문을 통과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은 아니었다. 요컨대 그는 문 앞에 우두커니 서서 날이 저물기를 기다려야 하는 불행한 사람이었다. - 26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