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사진/그림 에세이
· ISBN : 9788991097896
· 쪽수 : 160쪽
책 소개
목차
눈빛 든 마루에 앉아
고마운 봄비 오시네
초록들이 신명 나게 자라네요
가을빛에 눈멀면 마음 열릴까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흙에서 참 작고 여린 순이 솟아오를 때, 작은 풀씨가 귀여운 악마처럼 새순을 내밀 때, 콩 싹이 산비둘기 무서워하면서 두 잎 조심스레 들고 흙 밖으로 나올 때, 비 오고 나서 습기 촉촉해지면 콩나물보다 더 여린 잎과 줄기를 벋는, 그 뭐더라……, 하여튼 생명들이 기적 같이 존재를 드러낼 때, 늘 행복했습니다. 자연 속에서 생명의 순환과 만나는 일은 사계절 공부방이기도 하지요.
가끔, 아주 가끔 흙 묻은 장화를 씻을 때, 삽날을 씻을 때는, 어린 시절 학용품 정리하는 기분이 그랬을 거라 싶기도 했습니다. - 본문 ‘여린 순이 솟아오를 때’에서
꽃들은 죽자고 꽃대를 밀어 올리고, 그 끝에 마음인 듯 피워내는 화사한 얼굴로 흔히 제 이름을 삼지요. 궂은 비 이어지는 계절에는 그 화사함이 빛바래기도 합니다. 좋은 날 못 보고 스러지는 거지요. 그렇다고 꽃이 아니라 할 수 있나요? 꽃이 그러하듯 우리 삶도, 비 오시고 눈 내리고 궂은 날 갠 날 있지만 엄연한 한 생애일 겁니다. 쉽게 마음 접지 마시고, 힘내시기를. - 본문 ‘궂은 날도 죽기 살기로 화사한 꽃처럼’에서
눈이 내려 뜰에 가득 쌓인 날은 집안이 유난히 밝습니다. 해가 들지 않는 자리에도 눈빛은 드는가 봅니다. 그 밝은 기운이 마루를 명랑하게 만들었습니다. 마음이 덩달아 명랑해지는 걸 짐짓 눌러두었습니다.
눈싸움하러 갈 것도 아니고, 눈사람 만들자 할 것도 아니고, 나가서 썰매를 지치자 할 것도 아니어서 그랬을까? 그래도 은근한 설렘이 남아 있었지요. 눈이 다 녹지 않은 채 날이 어두웠습니다.
아이들 있으면, 어린 아이들 있으면 이런 날 놓치지 마세요! 아까우니까! - 본문 ‘눈빛 든 마루’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