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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91186552
· 쪽수 : 407쪽
· 출판일 : 2009-05-2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운명의 아디스아바바
나의 가족사
의사의 길
오스트레일리아를 떠나다
에티오피아행
처음 본 환자들
은인들
우리도 해내다
누 순례자
반란 사건
목숨 건 봉사자들
떠날 수 없는 땅
치료의 순간
영국 여왕의 격려
완전 무료 병원을 짓다
쿠데타 정권
아들 리처드
공포 정치
어머니와의 이별
사랑스런 나의 동료들
레그의 죽음
물루 박사와 암바예 박사
고마운 기부
예비된 길
마지막 기도
에필로그
감사의 말
병원 연락처 및 후원 방법
리뷰
책속에서
3일째 아침, 태아는 자궁 속에서 죽었다. 에나타네시는 그것을 확실히 느꼈다. 하지만 진통은 계속되었다. 나흘, 닷새, 엿새째 늦은 오후, 그녀는 변화를 느꼈다. 아이가 나오고 있다. 두 눈을 질끈 감고 그녀는 아기를 밀어냈다. 그리고 비명을 질렀다. 아이가 적출되었다.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죽은 아이였다. 눈물이 에나타네시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녀는 담요를 감고 완전히 녹초가 되어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 날 아침, 느지막이 그녀가 깨어났다. 그런데 무슨 일일까? 잠자리는 젖어 있고 냄새가 났다. 놀랍게도 그녀는 대변을 누고 누워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본능적으로 이걸 치워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다리를 모은 채 꼼짝도 하지 않고 있으면 몸속에 생긴 상처가 남편이 집에 돌아오기 전에 나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녀는 무릎을 세우고 옆으로 누웠다. 그녀는 낫게 해달라고 하느님께 기도했다.
하지만 그녀의 상태를 감출 도리가 없었다. 원래 투쿨tukul; 흙과 이엉으로 지은 에티오피아식 집은 유칼립투스 잎의 향기로 산뜻하지만, 지금은 역겨운 다른 냄새가 나고 있다. 그녀는 몸을 깨끗하게 건사하기가 힘들었다. 아이를 잃은 슬픔과 자신의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그녀는 용기를 내어 남편을 웃으면서 맞이하고 식사를 준비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다 소용없는 짓이었다. 얼마 후 남편은 집을 나가버렸다.
오랫동안의 산고로 에나테네시는 끔찍한 내상을 입었다. 그녀는 혼자 버려진 상태로 몇 달을 지냈다. 평생을 그렇게 지내야 할지도 모른다.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피해 다녔다. 그녀는 치욕스럽게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녀는 가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겼지?”라고 자문했다. 그녀는 자신이 뭔가 대단히 잘못을 했기 때문에 하느님의 저주를 받았으며 오직 기적만이 자신을 낫게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녀는 멀리 에티오피아의 수도인 아디스아바바에 치료할 수 있는 시설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그녀는 십중팔구 비참하게 살다가 삶을 마감할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처지는 희망과 기쁨으로 변할 수 있다. 어딘가에서 그녀는 병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그녀는 친척한테 돈을 빌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먼 치료 여행길에 올랐다.
병원은 조용하고 깨끗하게 단장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그녀를 친절하게 맞이했다. 그녀는 목욕을 하고 깨끗하고 부드러운 시트가 깔린 침대에 눕혀졌다. 그녀는 이런 기적이 일어나리라고는 감히 믿지 않았다. 얼마 후 그녀는 몸이 완전하게 치유되어 집으로 돌아왔고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우리 병원에 에나타네시와 비슷한 이야기들이 3만2천 건 정도 더 있다. 그 이야기들은 내가 지금까지 관여했던 이야기들이다. - 본문 8~9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