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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사진/그림 에세이
· ISBN : 9788991310438
· 쪽수 : 272쪽
· 출판일 : 2012-10-02
책 소개
목차
1장 도시의 주인은 누구인가
일상을 바라보는 관찰자적 시점
정지와 움직임의 공간, 지하철
현실이 소설이고 소설이 현실이다
2장 도시의 목소리들
어떤 날의 얼굴들
구경꾼과 구경거리
섬세한 고양이 같은 그 이름, 여성
‘다움’에 대한 고정관념
공장에서 태어난 아름다움
3장 도시 속의 나와 너
시름시름 앓는 청춘
그곳에 사람이 살고 있다
감정, 욕망, 멜랑콜리로 연결된 트라이앵글
과거를 찾습니다
천사는 죽음을 어루만지네
세상 모든 것과의 교감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문득 몇 년 전 일본에 갔다가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창밖으로 내려다본 지상의 풍경이 떠오른다. 미니어처 세계처럼 낯설고 신기한 세상. 도시의 불빛, 건물, 자동차, 야산 등이 과연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저곳인가 의심이 날 정도였다.
하지만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그토록 생경하게 느껴지던 풍경은 다시 내가 속한 일상이 되고 말았다. 사진 속 풍경은 그런 의미에서 과거에 경험했던 시각적 낯섦과 즐거움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지상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위안을 제공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삶에 지치고 힘들 때 내가 속한 세상을 마치 미니어처처럼 내려다보면 세상이 괴로움만으로 가득 찬 곳이 아니라는 것, 살 만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재현된 걸리버 여행기> 중에서
J는 사람들이 수증기에 별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안다. 만약 행인들이 매일매일 일기예보와 함께 수증기를 지켜본다면 수증기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도시 사람들은 그럴 만한 여유가 없다. 그러나 수증기를 계속 지켜본 J는 알았다. 그날 기온과 풍속, 풍향에 따라 수증기의 형태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날씨가 추워지면 전기 사용량이 늘고 발전기 가동률이 높아지면 방출되는 수증기의 양도 덩달아 는다. J는 풍향에 따라 시시각각 모습이 달라지는가 하면 나타났다 또 금방 구름 속으로 사라지는 수증기의 모습을 지켜보며 인간의 삶을 생각했다.
그리고 왠지 서글퍼졌다. <수증기를 계속 지켜보다> 중에서
이발기로 뒷머리부터 서서히 깎기 시작하다 앞머리가 밀려나갈 때의 묘한 기분은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은 알 수 없는, 오직 군대를 다녀온 남자들만 공유할 수 있는 감정이다.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바라보는 여자친구와 그녀의 얼굴을 거울로 바라보던 내 눈이 마주쳤을 때의 느낌이란, 쑥스러운 듯도 하고 어색한 듯도 하고 슬픈 듯도 하고……. 한마디로 표현하기 힘든 묘한 감정을 주고받으며 우린 둘 다 멋쩍게 웃었다. 미용실을 나온 후에도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몰라 한참을 말없이 앉아 있던 기억이 생생하다. <측은한 신병의 얼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