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의 여인

프롤로그
아베니다 베인띠시에떼 데 페브레로
해변의 여인
비오는 날
2016년 4월 28일 밤 10시
국경의 냄새
두 사람
말레콘 해안에서의 낚시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
무차별곡선
망고와 거지
옥상의 여인
에두아르도 브리또 국립극장에 앉아
Matthew, 허리케인에게
집으로 가는 길
개꿈
괴물
차이나타운 풍경
뉴욕뉴욕
최초의 순종
걸음마
모빌
미라도르 숲에서 길을 잃고
야자수
트루먼쇼
이방인
망고축제에 서서
스크램블 만들기
어떤 축시
몇 개의 나약
여름 그리고 여름
눈썹문신
테러의 시대
즐거운 고독
모자
풍토병
나방
봄에 부르는 가을 노래
어떤 환희
에필로그

바람에 나풀거리는 빨래들이 모두 걷히고 난
초록색 옥상 위
분주한 저녁의 일상들은 검붉어지는 하늘 아래
쥐죽은 듯 고요해지고
모두가 사라진 콘크리트 속
웅크리고 홀로 저녁을 지어먹고 있을 그녀가
나는 카리브해 하늘처럼 시퍼렇다.

- 옥상의 여인 중에서

어쩌면 여인은 지금 밀려온 파도만큼
후퇴했다가
빠져나간 파도만큼
다시 되돌아오기를 반복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렇게 여인이 그간 감내한 길은
뒤돌아보면
놀랍게도,
이렇다 할 전진이랄 게 없는 삶이었을 것이다.
달의 인력에

- 해변의 여인 중에서

카페 문을 열고 한 사람이 들어와 잠시 후
두 사람이 되어 나가는 장면들을
우두커니 지켜본다.
커피 색깔 사람들로 북적이는 카페 안
일요일 아침이
이렇게도 흥겨울 수 있을까 하는 장면에서
어느새 슬몃 포커스아웃되어 흐릿해진 나는
접시 위에 남아있는 팬케익 하나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유령처럼 쓸쓸히 카페를 빠져나간다.

- 두 사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