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창 - Deep Breath In Silence (숨)

죽음의 문턱까지 가고 싶었던 적이 있다.
그 후, 삶고 죽음의 경계를 향한 관심은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 있었다.

절실하고 구체적인 감각이 불현듯 엄습한 것은 죽음을 앞둔 아버지를 마주한 순간이었다. 인간의 육체가 한없이 약해지면서 마치 말라가는 식물처럼 물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오랫동안 지켜보았다. 육체의 물기와 더불의 인간의 영혼도 다가오는 마지막 시간에 함께 소멸해야 한다는 듯, 생명이 서서히 증발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육신을 떠나려는 영혼, 곧 흙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는 육신, 죽음을 앞두고 힘겨워하시는 아버지를 지켜보며 '숨'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이후, 사멸될 수밖에 없는 모든 것 글고 그들의 마지막 경계, 혹은 죽음 이후의 영혼의 흔적을 찾아 촬영을 하기 시작했다.

쉽게 눈에 띄지 않는 것들, 들리지 않는 낮은 소리로 이야기를 건네는 것들 그리고 생명을 들고 나는 숨. 그런 찰나를 표현하는 대상물을 촬영할 때 내가 느끼는 교감은 일정량의 에너지로 필름에 스며든다고 믿는다. 만약 어떤 사진을 보고 감동을 느꼈다면, 필름 속으로 숨어든 그 교감의 에너지가 인화지에 혹은 책에도 조금씩 묻어나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