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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1706927
· 쪽수 : 103쪽
· 출판일 : 2015-03-25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5
제1부
광휘 13
오지 14
이 소리 15
우체통에게 16
하지 17
새 18
생의 저쪽 19
화두 20
어떤 셈법 21
두루마리 화장지 22
민들레 24
명당 25
삼월의 몽상 26
자서전 27
제2부
신호등 31
풍경 32
능소화 34
대나무 맹세 35
오매 어째야쓰까잉 36
등명 38
우기 39
곡선의 나라 42
어떤 팻말 43
선문답 44
겨울엽서 46
십리포에서 47
때 48
제3부
그 여자 51
봉분 52
임원항에서 53
흙의 노래 54
추 56
벽화 57
혼신지 58
비경 59
생굴 60
무력한 것들 61
낙타 62
원포리에서 63
중독성 엘레지 64
제4부
매미집 67
동면 68
둥지 70
횡단보도 72
말복 무렵 73
청명 74
봄날 75
민들레영토 76
합성 77
스토킹 78
겨울밤 79
밤고양이 80
낮달 81
화살나무 82
해설ㅣ박몽구 83
저자소개
책속에서
오지 奧地
산 첩첩 눈 끝을 향해 달려오는 산맥 허리마다 누군가 휘갈긴 비백飛白 사이로 뾰쪽 내민 산의 이마에 적막이 깊다 내 등뼈를 타고 몰아치던 그해 겨울 눈보라 비칠거리는 능선 한가운데서 적설은 내 허벅지까지 친친 붕대를 감아댔다 흔적은 흔적을 지우고 그 아스라한 경계에서 나는 산이었다가 나무였다가 아무것도 아니었다가 사방은 온통 눈 첩첩 거대한 북극곰들이 으르렁거리며 진을 치고 가쁜 숨을 내쉬었다 더는 갈 수 없는 내 몸의 오지 등뼈 그 골짜기 거제수나무 껍질에서 저문 바람소리가 들렸다 웅성거리는 곳에 귀 기울이면 사무치는 것은 그대를 향해 뛰어가는 발자국만은 아니었다 다만 그곳에 짐승처럼 웅크리고 있을 그대의 거처가 궁금했으므로 아직 봉인되지 않은 그리움이 겨울을 나고 있으리 외진 바람으로
이 소리
뿌지직- 찌익- 찍-
나는 이 소리가 좋아
오래 참았던 방귀를 뽑아내는 괄약근처럼
나뭇결이 화들짝 놀라 뛰쳐나오는 소리
왜 그렇게 후련하고 경쾌한지 몰라
평생 옥죄었을 가난을 뽑아내는 것 같은
그 소리가 왜 도랑물처럼 귓바퀴를 맴도는지 몰라
응어리진 체증을 꽉 물고 나온
녹슬고 휘어진 대못 하나
손바닥에 올려놓고 한참을 본다
세상 어디 목줄을 힘껏 누르고 있는
슬픔, 뽑아내고 싶은 것이다
돼지발톱 장도리로 뿌리까지 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