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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1733329
· 쪽수 : 203쪽
· 출판일 : 2015-11-13
책 소개
목차
박명순 - 사랑의 무게 외 4편
최혜정 - 꽃달임처럼 외 4편
최정애 - 일출 외 3편
카타리나 - 이사 외 4편
이순자 - 가족사진 외 4편
이윤경 - 선물膳物 1 외 6편
박경희 - 아름다운 메아리(동화)
류명달 - 이슬비 외 2편
이은혜 - 태양의 소리 외 4편
정진철 - 계절을 타는 글 외 6편
홍재운 - 4B연필을 깎는다 외 5편
최인호 - 모과木瓜 외 5편
저자소개
책속에서
어느 날 남산도서관을 들렀다가 팔각정으로 올라갔다. 그곳에서 새롭게 만난 형형색색의 자물쇠는 신기하기도 하고 의아스러웠다. 그것은 애정의 증표인 사랑의 자물쇠라 했다. … 연인들의 사랑을 작은 자물통 안에 가두어 놓으며 영원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아이러니하다. … 2006년 이탈리아의 소설 ‘너를 원해’에 자물쇠를 채우는 장면이 등장하면서….
(박명순 ‘사랑의 무게’ 중에서)
후터분한 밤/ 희괴하게 구름 속/ 들락거리는 달//
열대야 뒤척이다/ 마루 구석에 앉아/ 골목길 내다본다//
귀에 익은 소리/ 너는 이 밤 깨어/ 골목을 서성이나//
끝없이 부추기는/ 생각 이끌고/ 밤마다 헤매고 있나//
나 또한 이 밤/ 마음은 줄곧/ 골목 어귀를 서성인다//
구름 속 들락거리는/ 희괴하게/ 달 뜬 밤.
(최혜정 ‘달 뜬 밤에’ 전문)
보도블록을 끌고/ 그늘이 저장된 빗물을 끌고/ 밤을 건너 밤이 걸어온다//
반사경 속의 불빛을 지나/ 버스 종점 표지판을 지나//
밤의 입구에 서서/ 노점상의 새벽을 기다리게 하던/ 2분 전 신호등을 태우고/ 밤이 밤을 횡단하고 있다// …
가파른 커브를 어깨에 메고/ 골목 밖을 끌어당기며/ 밤을 건너 밤이 가고 있다
(최정애 ‘25시를 가다’ 중에서)
또 이사를 하려고 한다. 할 때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던 이사를 결혼 햇수만큼 다녔다. 서류상 서른여섯 번의 이사를 했으니 이만하면 내 인생의 변화무쌍한 삶을 짐작하고도 남으리라. 이사뿐만이 아니다. 내 삶의 지도엔 굴곡진 험산준령이 높고 낮은 등고선으로 화려하다.
(카타리나 ‘이사’ 중에서)
딸에게서 문자가 왔다. “엄마, ‘국제시장’ 영화 보실래요?” 사실은 남편과 함께 보고 싶었는데 별로 반응이 없어 누구랑 볼까 고민 중이었다. … 영화 속의 주인공은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어내고 있었다. 그런데 주인공보다 더 주인공 같은 삶을 살아온 우리 가족이 있었다.
(이순자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가족사’ 중에서)
이거 먹고 싶지?/ 아니요./ 이거 갖고 싶지?/ 아니요./ 이거 입고 싶지?/ 아니요./ 아무것도 필요 없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 아빠의 손을 꽉 잡고 끄덕였다./ 다시는 놓치지 않으려고 강하게 끄덕였다.
(이윤경 ‘거짓말’ 전문)
눈은 앞산에도 지붕 위에도 논밭에도 하얗게 쌓입니다. 쌓인 눈은 더러운 모든 것을 덮어버렸어요. 온 천지가 하얗게 변했어요. 경아는 한 발 한 발 내딛으며 마당에 발자국을 찍고 있습니다. 바둑이도 경아가 하는 것처럼 하고 있어요. “하얀 눈 위에 내 발자국, 바둑이도 같이한 내 발자국….” 경아는 눈 위에 발자국을 남기며 노래를 부르고 있어요. …
(박경희 ‘아름다운 메아리’ 중에서)
저렇게 소리 없이 내리는 비에 언제 땅이 젖으려나. 내리는 비를 맞으며 땅을 호미로 긁어 보니 흙의 속살이 떡가루처럼 부드럽다. 두둑을 만들어 검정 비닐을 씌운 뒤 씨감자를 심고 흙을 덮었다. 봄 내내 가물어 소나기 한 줄기라도 내렸으면 싶었는데 작은 양이지만 쉼 없이 내려 주어 내친김에 꽃씨도 뿌리고 상추 모종도 냈다. 일을 끝냈을 땐 속옷까지 흠뻑 젖어 있었다.
(류명달 ‘이슬비’ 중에서)
‘기타는 작은 오케스트라’라고 한다.
가느다란 줄 여섯 개에서 울려 나오는 소리는 관현악 같은 웅장함을 주기도 하고 여린 줄마다 각각의 음색이 있어 전달하는 느낌이 다르다. 얼굴 표정으로 그 사람의 감정을 가늠하듯 튕겨지는 줄마다 전해오는 감정이 있다. 특히 ‘알함브라의 추억을 듣고 있노라면 …
(이은혜 ‘태양의 소리’ 중에서)
견디다 못해 아래로 떨어져 구르는 낙엽의 운치는 또 얼마나 멋진가. 아직 나무 위에 매달려 있는 단풍과 어우러져 뿜어내는 환상의 빛깔은 아름다움을 넘어서서 보기에도 너무 황홀하다. 이렇듯 인생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정진철 ‘가을을 쓸지 말아요’ 중에서)
바늘 끝 같은 벼랑입니다 길 위에 입술을 쏟아 놓고 바닥에 복종하는 중입니다 물이 몸을 떠날 때 소리가 됩니다 바닥은 흘러가는 계절을 몰라 입안 가득 출렁입니다 소리가 돌아오지 않는 물음으로 바닥이 번식할 때 당신의 몸속에서 내가 미어져 나옵니다 비로소 소리의 감옥이 열립니다 바늘 끝 같은 …
(홍재운 ‘거울 문장’ 중에서)
슬픔아/ 눈물에 스쳤니/ 웃어라/ 너는 꽃이 아니더냐//
속울음아/ 살살 하거라/ 앙앙대는 바람꽃/ 석양빛에 그을일라//
마르첼로의 오보에 협주곡/ 엘랑콜레 웃음 걷어차는 습성으로/ 창문 밀치는/ 봄 기운 밀어낼라//
어머니// 향기 짙은 주름살/ 한 올이라도 펼 수 있겠니/ 슬픔아
(최인호 ‘슬픔에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