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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88991819399
· 쪽수 : 3200쪽
· 출판일 : 2009-12-14
책 소개
목차
1권 - 밤이 깊을수록 별은 빛나고
서시|작가의 말
진지왕의 두 아들|쫓기는 사람들|취산에서 맺은 맹세|진골 도령과 성골 낭자|세상을 바꿀 인연은 무르익고|진평왕의 세 공주|유신(庾信)을 얻다
부록 _ 연표로 보는 삼한지|신라 왕실 가계도|신라 골품제와 관리의 직급|역사책 엿보기
2권 - 마동왕자 서동대왕
마동 부여장|장왕의 신하들|귀국하는 부여씨들|요동에 이는 전운|아깝구나, 단귀유|가잠성은 함락되고|용화향도(龍華香徒)
부록 _ 외백제 담로국|연표로 보는 삼한지|백제와 고구려의 관등과 직급|백제와 십제|역사책 엿보기
3권 - 살수에 뜨는 별
요하의 대치|회유하려는 자를 속이다|신성함락|목숨을 건 거짓 항복|건무 장군|살수대첩|자멸하는 양제, 몰락하는 수제국|영웅은 영웅을 달래고
부록 _ 요동 8성|수양제의 고구려 침공|연표로 보는 삼한지|역사책 엿보기
4권 - 사비에 이는 서기
부여헌은 세 치 혀로 금성을 농락하고|오합사|난세의 충신들|중국에서 온 손님|김춘추|사슴뿔|천우신조|남역평정|다시 어지러워지는 삼국의 정세
부록 _ 팽창하는 백제|연표로 보는 삼한지|역사책 엿보기
5권 - 여왕시대
혜란이 불레 타면 난초가 슬퍼하니|백년지계 천년대업|꿈을 사고 팔아 뒤바뀌는 연분|치열한 공방, 떠오르는 인물|환속|동쪽이 위급하니 서쪽을 치고|찬학|호각세|이간계|후대를 위하여
부록 _ 연표로 보는 삼한지|역사책 엿보기
6권 - 새로운 영웅들
한 번은 얻고 한 번은 잃고|갈 사람은 가고|칼 한 자루에 국운을 걸고|의자왕|연개소문|역신인가 충신인가|깊어가는 원한|생사도 넘고 시속도 넘고
부록 _ 요동 9성과 천리장성|연표로 보는 삼한지|당나라 초기의 주요 인물들|역사책 엿보기
7권 - 도망가는 당태종
토끼의 간|여제동맹|장수는 칼을 갈고 일어났으나|요동 정벌|손대음|주필산 전투|안시성|돌아가는 길|비담의 난
부록 _ 당태종의 고구려 침공|연표로 보는 삼한지|고구려 역대왕|백제 역대왕|신라 역대왕|역사책 엿보기
8권 - 전란은 끝이 없어라
끝없는 전란|피로써 맺은 맹세|도살성 전투|아름다워라, 우지암의 양위여|여제, 신라를 치다|만원과 신월|당은 드디어 군사를 일으켰으나
부록 _ 7세기 삼국의 주요 성곽|연표로 보는 삼한지|역사책 엿보기
9권 - 아아, 백제여!
빛나구나, 황산벌의 드높은 충절이여!|백제여, 아아 백제여!|부흥군|선왕의 장수를 베다|취리산의 맹세|고구려 멸망|검모잠과 왕자 안승|무너지는 동맹|강수 선생
부록 _ 7세기 삼국의 주변국|백제의 멸망과 여당전쟁|고구려의 멸망|연표로 보는 삼한지|역사책 엿보기
10권 - 나당대전
안승의 망명|신라, 백제 구토를 치다|친당파와 석성 전투|선전포고|웅진을 멸하다|계림의 큰 별은 마침내 떨어지고|법민과 인문|마침내 평양으로|대반격|유신의 두 아들|마지막 전투|그 후의 일들
부록 _ 고구려와 백제의 부흥운동|나당대전|연표로 보는 삼한지|설인귀에게 보내는 문무왕의 답신|사책 엿보기|참고문헌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왕이 여전히 마뜩치 않은 낯으로 다그쳤다.
“대왕께서도 방금 말씀하셨듯이 지금 양제가 동원한 수군 숫자는 우리나라 백성 남녀노소를 모두 합한 것보다 많고, 이전 문제(文帝)가 일으켰던 30만 대병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신은 고금의 어떤 전쟁에서도 이와 같은 대병이 움직였다는 말을 아직 들어본 바가 없습니다. 어느 장수가 있어 감히 이들과 교전할 것이며, 어느 책사가 이들을 계책으로 물리치오리까. 그런데 옛 병서에 이르기를 싸우지 않고도 적을 물리치는 것은 싸움에 임하여 만 가지 지략과 책략을 쓰는 것보다 상책이라 하였으니, 대왕께서는 지금이라도 양제에게 사신을 보내 조회할 뜻이 있음을 밝히고 군사를 되돌리도록 하는 편이 좋을 듯합니다.”
사본의 말을 들은 대원왕은 크게 노했다. 당장 두 눈에 핏발이 서서,
“그것을 지금 계책이라고 주둥이를 놀리는가!”
버럭 고함을 지르더니 이내 좌우를 돌아보며,
“여봐라! 저놈을 당장 끌어내 목을 쳐서 임금과 나라에 불충한 죄를 묻도록 하라!”
하고 길길이 날뛰었다. 태대형에 좌장군을 맡고 있던 상장군 건무(高建武)가 황급히 부복하여 아뢰었다.
“고정하옵소서, 마마! 방금 사본의 말은 신이 듣기에도 죽어 마땅한 것이오나 이는 대왕께 진정으로 입조를 권하는 뜻이 아니라 우선 임기응변으로 수군(隋軍)을 되돌리도록 하는 계책을 아뢰었을 뿐입니다. 군사가 많으면 마땅히 나가 싸우고, 군사가 적으면 안으로 지키며 꾀로 회유하는 것은 병가의 상식이니 사본의 말을 너무 고깝게 듣지 마소서.”
그 뒤를 이어 내평 금태(錦台)와 외평 시명개(侍明介)도,
“사본은 지모와 책략이 무궁한 사람입니다. 결코 불충한 뜻으로 아뢴 말씀이 아닐 것이니 다시 헤아려줍소서.”
“사정이 이와 같은 때에 나라의 중신을 죽이는 것은 국익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통촉하소서.”
하고 간청하여 가까스로 왕의 노여움을 달랜 끝에 건무가 다시 입을 열었다.
“수군이 탁군을 이제 출발하였으므로 이들이 요하에 이르자면 내달 중순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아직 약간의 여유가 있으니 대왕께서는 북평양(北平壤)의 각 성들을 방비하라고 보낸 을지문덕(乙支文德)을 불러 대책을 물어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가 요동으로 떠난 지도 수삼 년이 흘렀으니 그쪽 사정을 그만큼 아는 사람도 드물 것이요,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무슨 복안이 없겠나이까. 여기서는 다만 내주에서 건너오는 수군(水軍)에 대비할 뿐, 어차피 요하를 넘어오는 군사는 요동에서 꾀를 내어 막는 수밖에 없습니다.” ― 3권 중에서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묻겠노라. 수당(隋唐)이 중국 대륙을 토평하였듯이 우리도 동적과 북적의 강역을 병탄해 700년 정족세에 종지부를 찍고자 한다. 하니 어떤가, 삼한을 일가로 아울러서 자손만대에 싸움과 분쟁 없는 나라를 만들 원대한 계책이 혹시 그대 수중에 있던가?”
성충도 임금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허공에서 마주친 두 사람의 눈에 일순 광채가 서렸다. 잠시 침묵의 시간이 흐른 뒤 성충이 이윽고 입을 열어 짤막하게 대답했다.
“있습니다.”
“내게 간략히 말해볼 수 있는가?”
“대개 군주가 이웃 나라를 정벌하려는 뜻은 땅을 취하기 위함이지만 현군은 백성들을 얻고자 군사를 일으킵니다. 보통 임금은 성곽과 구루에 연연해 군사로써 민심을 해치지만 성군은 민심을 취하는 일이라면 오히려 성곽 따위는 내어줄 수도 있습니다. 물건을 훔치는 자는 도둑이며 마음을 훔치는 이는 성인입니다. 천하를 탐내는 자는 오히려 망하고 천하를 이롭게 하는 이는 크게 흥한다고 하였나이다. 덕은 칼보다 무디지만 만인을 한꺼번에 복종시키는 가공할 무기요, 성군의 덕업이 빛을 발하면 천군만마가 하지 못하는 일도 일시에 일어날 수 있는 법입니다. 삼한의 일도 마찬가집니다. 삼한 강역을 탐하는 자가 아니라 삼한 백성들을 덕업으로 감복시킬 수 있는 사람이 나와야 삼한은 비로소 한나라가 될 것입니다. 폐하께서는 무엇이 아쉬워 이웃 나라를 창칼로써만 치려고 하십니까? 백제의 살림은 이만하면 부족함이 없고, 백제 백성들은 사람마다 넉넉하고 행복합니다. 대왕께서는 초원에서 풀을 뜯는 남의 짐승들을 모두 죽이고 내 집 소와 양들로만 초원을 채우려 하십니까? 아니면 세상 모든 짐승들이 배불리 먹고 삼라만상이 골고루 풍요롭기를 원하시나이까? 이제는 대범하고 넓은 마음으로 천하 민심을 노려볼 만한 때입니다. 군사를 내어 영토를 넓히고 계책을 써서 양적을 멸하는 일은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 5권 〈여왕시대〉 중에서
장사치로 변복하고 찾아온 춘추를 보자 비담은 크게 놀랐다. 그는 당장 양궁으로 사람을 보내 염종을 불러놓고 춘추와 마주앉았다.
“이런 형국에 자네가 무슨 일로 나를 찾아왔는가?”
“형님께만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 왔습니다.”
“무슨 말인지 어디 얘기를 해보게.”
“형님께서는 벌써 석 달이 넘도록 우리끼리 싸우는 이 한심하고 위험천만한 변란을 과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건 내가 되레 자네한테 묻고 싶은 말이네. 대세는 이미 정해졌는데 자네 부자는 대체 언제까지 어리석은 반항만을 일삼을 것인가?”
“하면 형님께서는 형님 아버지이신 백반 당숙께서 칠십 평생 걸어가신 그 길고 험난한 갈문왕의 길을 고스란히 답습하실 각오가 되어 있는지요?”
“그게 무슨 말인가?”
비담이 춘추를 보고 반문했다.
“아버지가 임금이 되면 자식이 그 아래 처함이 당연지사요, 형이 보위에 오르면 아우가 갈문왕(葛文王)이 되어 형의 왕업을 보좌하는 건 계림의 유구한 전통이올시다. 이제 백반 당숙께서 보위에 오르시면 두 분 형님께서는 마땅히 왕자가 되실 테지만 만일 당숙께서 천수를 마치시면 십상팔구 보위는 태 형님께 돌아가지 않겠습니까? 그럼 형님께서는 당숙과 똑같은 갈문왕의 길을 걷게 됩니다. 갈문왕 일생이 어떠한지는 형님께서 누구보다 잘 아실 것이므로 굳이 더 말씀 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래도 당숙께서는 인자하신 형님을 둔 덕택에 권세도 누리고 신하들의 존경도 받을 수 있었지만 만일 태 형님과 같은 분이 임금이 되면 비담 형님의 앞날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정사에 참여하지 못하는 건 물론이고 짐작건대 제 아버지처럼 살 없는 옥에 갇혀 평생을 징역살이로 보낼 공산이 큽니다. 게다가 사람이 셋만 찾아와도 성군작당으로 오해를 받기 십상이니 어쩌면 불원간 역모의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죽을지도 모르지요. 과연 그런 고초와 신산을 겪을 각오가 돼 있는지 궁금합니다.” ― 5권 〈여왕시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