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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외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88991931985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12-11-16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녀는 오 분 후에 들어왔다. 작고 칙칙한 블라우스와 싸구려 스커트를 입고, 두꺼운 무대 화장을 아직 지우지 못한 채였다. 우리는 구석에 있는 탁자에 앉았다. 유리벽을 통해 조명을 밝힌 저녁 무렵의 풀장과 거기서 수영하는 이들이 내다보였다.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한번 알아볼 생각입니다, 캐시.”
갈색 눈동자가 내 얼굴을 살폈다. “정말 감사드려요, 맥기 씨.”
“트래비스. 그냥 트래브라고 불러요.”
“고마워요, 트래브. 그래, 방법이 있을 것 같아요?”
“잘 모르겠어요. 다만 사전에 합의해 둘 내용이 있는데.”
“어떤?”
“당신의 아버지가 무언가를 숨겼고 주니어 앨런이 그걸 찾아냈습니다. 그게 무엇인지, 혹은 무엇이었는지, 어디서 나온 물건인지 내가 알아내면 어떻게 될까요. 어쩌면 마땅히 그 물건을 돌려받아야 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도둑맞은 물건이라면, 난 필요 없어요.”
“캐시. 내가 무엇 하나라도 되찾을 수 있다면, 거기에서 경비를 제하고 남은 것에서 절반을 보수로 받을 겁니다. 오십 대 오십으로.”
그녀는 그 말을 곱씹었다. “충분히 공정한 계약 같네요. 어차피 이대로라면 저한테 돌아올 몫은 하나도 없을 테니까.”
“하지만 아무한테도 이런 내용을 누설하면 안 됩니다. 누가 되었든 나에 대해 물어 오는 사람이 있다면, 그냥 당신 친구라고 소개하도록 해요.”
“전 이미 당신을 친구라고 생각하는데요. 하지만 당신이 아무것도 되찾지 못하면 경비는 어떻게 하죠?”
“그건 내가 감수할 문제고.”
로이스는 슬며시 부아가 난 눈빛으로 날 바라보았다. 인류는 육천만 년 전 신생대 이래로 진화를 거듭해 그녀에 이르렀다. 그동안 예상치 못한 탄생과 소멸이 숱하게 반복되었다. 커다랗고 멍청한 공룡들은 중무장한 몸으로도 끝내 살아남지 못했다. 반면에 상어, 전갈, 바퀴벌레 따위는 살아 있는 화석으로 오늘날까지 이르렀다. 놈들의 흉포한 야성, 독, 감쪽같은 의태는 생존을 위한 훌륭한 자산이었다. 그에 비해 여기 이 두 발로 걷는 암컷 포유류는 아무런 생존 수단이 없어 보인다. 늪지에 가져다 놓으면 하룻밤도 살아남지 못할 터였다. 그러나 연약해 보이는 겉모습 뒤에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강인함이 숨어 있었다. 주니어 앨런은 오히려 진화가 덜 된 부류였다. 놈은 아직 동굴에서 제대로 벗어나지도 못한 채, 타인을 망가뜨릴 뿐이었다. 대다수의 인간을 가운데에 놓고 우리 인류의 분포를 종형 곡선으로 나타내면, 로이스와 앨런은 그 양극단에 각기 위치할 것이다. 인간이 여전히 진화하고 있다는 가정하에, 로이스야말로 우리가 선택해야 할 미래였다. 예민한 감성은 약점이 아닌 강점으로 받아들여야한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는 주니어 앨런 같은 종자가 너무도 많이 널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