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기타 국가 소설
· ISBN : 9788932038162
· 쪽수 : 514쪽
책 소개
목차
2부
3부
4부
책속에서
그녀는 삽이 아니라 뱀을 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뱀은 두 토막이 난 몸을 아직도 씰룩거리고 있었다.
“그걸 죽였어!” 헤어 양이 서럽게 따지고 들었다. “완전히 날 믿고 따르게 하지는 못했어도, 가끔 우유를 내주면 마시기도 하고, 어떨 땐 내가 옆에 서 있어도 가만히 있어 주었는데. 나 좀 아픈 것 같아.”
헐떡이면서.
“댁이 그 뱀을 그렇게 죽인 거야.”
“죽였다기보다는……” 졸리 부인은 삽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 “나쁜 것들의 세력을 없앤 거죠.” “나쁜 게 뭔지 누가 결정하는데요?” 헤어 양이 물었다.
적어도 그녀는 상황을 감당할 만큼 기운을 되찾았다. 그리고 그 뜰에서, 아버지의 입에 담기 어려운 죽음은 물론이거니와 가엾은 염소의 희생까지 얼마나 많은 일이 일어났던가.
“내가 보기에도 형님 내외는 충만합니다. 그렇지만 잠깐일 뿐인걸요. 아무것도, 아아, 영원하지는 않아요. 이 골짜기도 마찬가지예요. 우리의 땅도 마찬가지고요. 대지는 들고일어납니다. 언제든 새로운 돌들을 토해내겠지요. 그건 오늘 밤일 수도 있고 내일일 수도 있어요. 그리고 형님같이 선택받은 사람한테는 끊임없이 희생양이 필요할 겁니다. 우리 가운데 몇몇은 끌려가기를 기다리는 대신 계속해서 스스로 몸을 바치듯이 말입니다.”
“그러면 너는 어디에서 추구할 생각이지? 뭐랄까, 그런 식의 이상주의를 말이야.” 아리 리프만이 물었다.
이제 꼼짝없이 붙들린 건 히멜파르프 쪽인 듯했다.
“글쎄요.” 그가 말문을 열었다. “예를 들자면……” 그는 머뭇거렸다. “어쩌면……” 그리고 마침내 말했다. “오스트레일리아가 될 수도 있겠지요.”
전에는 한 번도 머릿속에 떠올린 적이 없었으나 이제 그 땅이 현실로서 그에게 다가왔다. 아마도 가장 멀고 가장 막막한 곳이기 때문이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