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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기타 국가 소설
· ISBN : 9788932038179
· 쪽수 : 384쪽
책 소개
목차
6부
7부
옮긴이 해설·가장 멀고 가장 막막한 곳에 선 인간
작가 연보
기획의 말
책속에서
히멜파르프는 생각의 잔해 속에 스스로 파묻힌 사람들을 구해내는 데는 결코 끝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서 몸서리쳤다. 자기네가 아직 살아 있다고 고집하는 이들이 치아며 시계며 필요할 만한 것들을 찾아 잔해 속으로 돌아가려 뻗대는 동안에도, 그들의 육체는 계속해서 실려나가 담요 아래 덮일 터였다. 그러나 가장 심하게 기만당한 희생자는, 음울한 목소리로 자기네가 이미 식물, 돌, 동물, 그리고 경우에 따라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가도록 벌써 지시받았다고 항변하는 그 영혼들이었다. 그렇게 영혼들은 불에 그슬린 머리칼을 빗질하며 울고 있었다. 그들은 종소리니 기도니 주문이니 하는 것들 때문에, 그리고 그들의 고통스러운 인생행로에서 그것을 거들었다는 사실 자체가 불운이었던 숱한 불길의 저주 때문에, 어느덧 지쳐버렸다.
지금도, 그리고 기억 속 구름 위에서도, 오직 그 전차만이 똑바로 묵묵히 말을 몰 뿐이었다.
그 옛날 페그가 자두를 병조림하곤 했듯, 헤어 양은 유대인의 손을 잡아 오직 사랑으로만 보존될 그 모든 이미지와 더불어 그녀의 시든 가슴속에 가두고 싶었다.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자기가 얼마나 요령이 부족한지를 떠올리며, 경험을 통해 오직 분열만이 영구적이자 어쩌면 유일하게 바람직한 상태임을 배웠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헤어 양은 그 지점에서 다시금 거의 넘어질 뻔했다. 언제나 그런 건 아닐지라도 결국 진실은 정적과 빛이었다. 따라서 그녀는 쿵쿵거리며, 장애물만 없다면 허둥지둥 달리며, 모양을 다잡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그냥 습관처럼 젤리 같은 입술을 훑으며, 불길과 그녀 사이를 가로막은 광대한 왕국을 통과하느라 피부가 쓸릴지라도 계속해서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