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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대학교재/전문서적 > 인문계열 > 인문학 일반
· ISBN : 9788991958456
· 쪽수 : 306쪽
· 출판일 : 2010-12-10
책 소개
목차
책을 펴내며 _6
01 오토포이에시스와 보편수학
02 오토포이에시스와 현상학
03 오토포이에시스와 내부관측
04 오토포이에시스와 들뢰즈의 교육론
05 오토포이에시스이론과 카프카의 「소송」
06 오토포이에시스와 색채론
07 오토포이에시스와 영화
08 오토포이에시스와 펠릭스 가타리
09 오토포이에시스와 마음의 정치학
부록
책속에서
1. 오토포이에시스와 보편수학
바람이 일어서고 바람이 움직인다. 바람을 느끼고 바람을 생각한다. 곁을 스쳤던 바람의 흐름을 쫓아가보라, 곁에서 흔들리는 바람의 안에서 잠시 멈춰 서보라, 이 주변의 바람은 저 주변의 바람과 먼 곳에서 온 바람, 이쪽의 바람과 연결되어 있는 탓에, 지금 여기서 바람을 느끼고 바람을 생각한다는 것은, 바람을 세워 올려 바람을 움직이게 하고 있는 세계의 존재를 아는 것이고, 바람에 몸을 맡긴다는 것은, 바람의 세계를 믿으면서 바람의 세계에 사는 것이다. 세계를 안다는 것, 세계를 믿는다는 것, 세계에 산다는 것은 참으로 이와 같은 것이라고 들뢰즈는 썼기도 하고 세계에 관한 지와 믿음을 가져오는 것은 참으로 보편수학이라고 들뢰즈는 쓰기도 했다. 그러니까 보편수학에 대해 사고한다는 것은 세계를 믿으면서 세계에 살고 있는 존재자들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고, 말을 바꾸면, 세계에 살고 세계에서 죽어가는 존재자들에 대해 사고한다는 것은 보편수학에 대해 더 깊이 사고하는 것이다. 그러한 경우가 없다면 도대체 보편수학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
바람의 세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장 딱딱한 돌조차도 그 현실화의 시간을 이루는 백만 년이라는 스케일에서 보자면 그 돌의 특이성들에 미치는 지극히 미약한 구속력 하에서 흐르는 유동적인 물질이다." 거기에는 돌을 세워 올리고 돌을 움직이게 하는 세계가 있다. 그리고 물의 세계, 불의 세계, 음의 세계, 색의 세계, 전자파의 세계, 더 나아가 언어의 세계, 움직이는 행위의 세계, 노동의 세계가 있다. 이 세계들이 탐구를 꾀어내는 문제로 등장할 때 이 세계들을 믿으면서 살고 있는 것이 탐구를 꾀어내는 미끼로 나타날 때, '새로운 메논'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지는 역시 보편수학이다. 들뢰즈에게 있어서 보편수학은 '미분'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그러므로 미분을 배우고 안다는 것은, 세계를 믿으면서 사는 것을 배우고 아는 것이다. 미분법을 '공리주의적 계산법'이라고 깎아내리는 것이 아니라 미분법을, '선악의 피안의 지'로 만들기 위해서는 '철학적인 소박성과 열의'가 필요하다고 들뢰즈는 쓰고 있다. 비로소 미분에 접촉할 때의 가슴의 고명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들뢰즈의 의중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