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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외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88992036856
· 쪽수 : 740쪽
· 출판일 : 2009-04-30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베어는 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요모조모 살폈다. 그러다가 안심해도 좋다는 확신이 들었는지 뒤로 물러섰고 철컥 소리가 작게 나게 문을 살짝 닫고 나갔다.
팀은 탁자에 다가가기에 앞서 그 위에 놓인 형체를 유심히 관찰했다. 시트의 어느 쪽을 뒤집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는 시체 주머니에 익숙했다. 괜히 엉뚱한 쪽을 펼쳤다간 필요한 것보다 많은 것을 보는 수도 있었다. 이런 계통에서 일해 오면서 어떤 기억들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는 진작 배웠다.
그는 검시관이 아이의 머리를 문 쪽을 향하게 두었을 것으로 짐작하고 시트의 한쪽 끝을 더듬어 아이의 코와 눈이 있을 자리를 분간했다. 아이의 얼굴을 씻겼는지는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아이가 살아있던 마지막 순간에 느꼈을 공포를 절절히 실감할 수 있도록 본래 모습으로 남겨두었기를 바라는지도 몰랐다.
그는 시트 한 쪽을 젖혔다. 그리고 배를 얻어맞은 듯 한숨을 토했고 허리를 굽히지도 뒤로 물러서지도 고개를 돌리지도 않았다. 마음속에서 파멸로 치달을 듯 날카로운 울분이 솟아났다. 팀은 핏기 없이 망가진 아이의 얼굴을 보며 고통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렸다.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에서 펜을 꺼내 머리카락-드레이와 똑같이 곧은 금발인- 한 올을 지니의 입가에서 걷어냈다. 비록 얼굴은 엉망진창이지만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정돈해주고 싶었다. 어쨌든 아이의 몸에 손을 댈 순 없었다. 이제 아이는 증거물이었다. 팀은 드레이에게 이 광경을 보여주지 않은 것을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이의 얼굴에 시트를 조심스레 덮어준 후 그는 방에서 나왔다. 조잡하고 역겨운 초록색의 대기석에 앉아 있던 베어가 벌떡 일어섰고 검시관은 정수기 물을 종이컵에 받아 홀짝거리며 냉큼 다가왔다.
팀은 말을 하다가 멈칫하며, “내 딸이 맞아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