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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92055383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13-06-20
책 소개
목차
오리 날다
어떤 이에겐 후일담
용용 죽겠지
쓸쓸한 수면의 조도
꿈의 궁전으로 오세요
내 이름 도우미
전국노래자랑 마니아
카니발이 필요한 이유
아름다운 커피
해설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들이 점점 더 가까워질수록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것은 아직 처리하지 못한 오리변기에 대한 생각이었다. 나는 잠꼬대로도 중얼거릴 비정규직 철폐 구호도 광장에 모인 사람들의 시선도 잊은 채 묽은 배설물이 담긴 오리변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허둥댔다. 내가 탑에서 끌려내려가면 오리변기는 이 형사에게 또는 이 형사 옆의 저 사복에게 아니면 철탑을 철거할 누군가에게 모습을 드러내게 되리라. 수치스러움에 눈을 감았다. 몸이 떨렸다.
―36~37쪽, 「오리 날다」 중에서
남자는 여자의 지혜롭지 못한 시집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말과 뜻이 통하는 비슷한 부류의 여자와 맺어진다. 똑똑하던 여공 아내는 대단히 무지하고 무기력하게 퇴출된다.
명문대 학생이 옆집에만 살아도 자랑거리가 되는 시절이었다. 열사로 불리는 영광을 얻었으나 여전히 초라한 전태일은 대학생 친구 한 명만 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소망의 말을 남겼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냈다는 시대적 우월감과 자긍심을 삼팔육, 사팔육이라는 변종어로 통칭하는 집단이라고 별다를 리 없었다. 그런 대한민국에서 공짜는 없다는 진리를 잊은 로맨스의 주인공 똑똑한 여공은 이혼녀라는 딱지를 얻고 똑똑하다는 형용사를 잃었다.
―42쪽, 「어떤 이에겐 후일담」 중에서
인터넷 공간의 사람들은 대기업 노조의 이기적인 행동이 회사를 망하게 했다고 마음 놓고 욕을 했다. 헬기로 유해물질을 퍼붓고 사람들의 얼굴을 향해 작살 같은 테이저건을 쏜 공권력의 진압은 그해의 우수 작전으로 평가를 받았다. 살인자나 흉악범이 수감된 감옥에서 스무 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면 세상은 발칵 뒤집어졌을 것이다. 가혹행위는 없었는지 시설에 문제는 없는지 개인적인 정서와 환경의 문제는 아닌가를 따지느라 온통 시끄러울 것이다. 아빠와 동료들의 죽음은 흉악범의 그것보다도 못한 대우와 관심을 받았다. 무창 아저씨가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는 해고 투쟁은 더 말할 필요가 없었다. ―84~85쪽, 「용용 죽겠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