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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2073820
· 쪽수 : 428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부 생활 속에서
아내의 미소
다녀올게요!
105동에서 만난 사람들
가니? 간다
가을 떡에 대한 추억
과수원에서
간병일기(看病日記)
강 이야기
그라운드골프대회에서
낚시터 풍경
노약자보호석
모정
남매탑을 오르며
버스 안에서
뻐꾸기
삼재(三災) 이야기
문패
순댓국
어떤 만남
안양골 이야기
어느 경로잔치에서
어머님의 예금통장
억새밭에 남은 친구들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
온몸으로 피워내는 꽃
잃어져 가는 것
천안배 100주년에 즈음하여
춤 이야기
화성에서의 하루
2부 영농일기
가지치기
권농의 날
그 여름
꽃가루받이를 하면서
나의 새해 소망
냇물의 죽음
농업에 대한 소고(小考)
농협에 바라는 마음으로
다디달기만 한 낮잠
봄빛 들녘
봄비처럼
설날 유감
수확 끝난 과수원에서
스치는 바람결에도
이장하던 날
웃음소리 퍼졌으면
장사꾼일 수 없어
짝짓기 운동
3부 길 위에서
농다리
속리산 문장대
남도 기행
삼백의 고장 상주
제주도 기행
노도의 9월
서해의 금강, 백령도
동해 일기(東海 日記)
새만금방조제
일자일배(一字一拜)
울릉도로 갈 꺼나
주왕산, 그 전설의 계곡을 찾아서
칠백의총(七百義塚)
천 년의 사랑 할미바위
4부 1969년의 일기
내 생애에 가장 길었던 시간들
5부 지혜로운 삶을 위하여
『목민심서』를 읽고
지혜로운 삶을 위하여,『삼국지』
낙원으로의 여행, 『구운몽』
삶의 지침이 되어주는『숫타니파아타』
이 한 편의 시, 『가야 할 곳』
저자소개
책속에서
가장 어려웠던 시절 내게 가장 믿음을 준 것은 아내의 잔잔한 미소였다. 봄처럼 피어나는 아내의 미소는 신선한 향기가 되어 언제나 내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 그 미소의 싱그러움마저 없었다면 이제까지의 삶을 지루하고 삭막하게 보냈을지도 모른다. 아내를 생각하면 먼저 미소부터 떠오른다. 그것은 처음 아내의 부드럽고 촉촉한 입술에서 피어나 입가로 번진다. 나는 길을 가거나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문득문득 아내의 미소를 떠올리고는 한다. 그래서 아내의 모습을 완전하게 그려낼 수가 없는 때도 있다. 아내를 생각하면 그 미소부터 떠오르기 때문이다.
- 「아내의 미소」중에서
어느 때던가, 배나무 가지와 가지로 연결된 한 줄기 긴 거미줄 위에 아침 이슬이 영롱하게 맺혔을 때, 문득 나는 내 생애를 생각해 본 일이 있었다. 나의 생애가 한 가닥 거미줄 위에 외롭게 매달린 이슬방울처럼 전에도 없었고 후에도 다시없을, 오직 단 한번 부여받은 기회라면 좀 더 보람 있는 생애를 살아야 할 것이 아닌가 하고 몸부림쳤던 때가 있었다.
나는 단 한 번도 배나무에 대한 정성을 게을리 한 일이 없었다. 겨울 가지치기에서 열매솎기, 병충해 방제와 수확에 이르기까지 온 정성으로 예술품을 창조해 내는 예술가의 마음으로 나무를 대했다. 봄날 저녁 은은한 꽃향기 속에서 때로는 가볍게 흔들리는 잎사귀들의 손짓에서 나는 나무들의 속삭임을 들으며 이대로 살아가도 내 생애가 무의미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자부심을 느낀다.
- 「과수원에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