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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2219938
· 쪽수 : 136쪽
· 출판일 : 2020-09-25
책 소개
목차
1부
각혈咯血/ 강돌 만들기 ―조각가 안시형에게/ 개복과 복개 사이/ 곰국/ 굴절률屈折率/ 땅이 뜨겁다/ 녹취록綠取錄/ 꽃맛/ 무논/ 상강 무렵/ 어마어마한 생각/ 옹기골에서 한때/ 측백나무 수문장/ 이어달리기/ 토좌입상지장보살土座立像地藏菩薩
2부
노모차老母車/ 놈삐/ 대숲 고양이는 돌아왔지만/ 들밥/ 인터내셔널 제비/ 띠띠물/ 부지깽이/ 붉은 등 앞에서 물끄러미/ 세 그루 밀원蜜源/ 신호등/ 아버지 고양이/ 절애切愛/ 청량과 온산 사이/ 푸른 집 혹은 솔잎혹파리/ 탐매행探梅行
3부
굿바이 삐에로/ 꼭두/ 낙어落魚/ 목혈木血/ 불시착/ 뾰족한 것에 대하여/ 동백꽃 피에타 -도미야마 다에코 판화를 보고/ 서늘한 시점/ 유리무학문단호매병琉璃舞鶴紋短壺梅甁/ 오복五福/ 집적적 소경集積的 小景/ 징소리/ 채식주의자/ 풀담
4부
목도 기행/ 슬도瑟島의 노래/ 아모르파티/ 정토사거리/ 아, 만달레이/ 바람의 말씀/ 오늘 같은 날이면/ 점이지역漸移地域/ 적막과 안락 사이/ 빠이 통신/ 구름에 달 가는 몽키 바나나/ 꿀리/ 축제 초모리리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는 강가에 산다
그도 한때 도시에서 살았다
그는 언제나 돌을 깬다
그는 언제나 돌을 쫀다
그는 언제나 돌을 간다
그 돌의 정체는 도시에서 쓸모를 다한 돌이다
깨고, 쪼고, 갈아서 완성한 그의 작품은
방금, 타조가 낳은 따뜻한 알보다 크거나 조금 작거나
하지만, 타조 알보다 분명 뜨겁다는 사실
언젠가 그에게 조각을 하지 왜 철학을 하느냐며 타박을 주기도 했지만
손등 위 굵은 혈관만이 가쁘게 헐떡일 뿐
알 수 없는 미소만 띤다
그의 전람회는 늘 새로운 갤러리로 붐빈다고 자랑삼아
너스레를 떨기도 했는데,
얕은 강물 속 도드라진 작품 주위로
꺽지, 빠가사리, 모래무지, 퉁가리, 참마자, 피라미, 갈겨니, 끄리, 참종개 등등
이름도 알 수 없는 수많은 갤러리들이 다투어 분양경쟁을 하는 듯 보였다
수량이 줄 땐 잠자리도 날아와 고상한 연애를 한다며 매우 흡족해 해서
덩달아 흡족해 하기도 했다
오랜 마무리는 강물에 맡기고
쓸모없는 옥돌을 찾아 가끔 그는,
그를 버린 도시로 유유히 흘러간다
―「강돌 만들기-조각가 안시형에게」 전문
봄나물을 먹었네
무쳐먹었네
봄나물을 먹었네
데쳐먹었네
그냥 나물인줄만 알고 먹었네
삽작 밖으로 달려오는 부지깽이 어매와
삽작 멀리 도망가던 어린 내가
울컥,
목구멍에서 만났네
어매가 던진 부지깽이 끄트머리엔
숙제 안하고 놀기 만하는
아들 향한 애증이 박혀있었네
숯처럼 까맣게 탔을 젊은 어매
그런데, 어매!
어매는 내가 부지깽이 들고 먹고 살줄
어째 알았니껴?
―「부지깽이」 전문
노모차는 근래 출시된 친환경 경노애친敬老愛親 차량이다.
노모차의 다른 이름은 실버차 혹은 보행보조차로 불리기도 한다.
이 차는 엄격한 규정에 의거 아무나 운전할 수 없는 특수 차량이다.
노모차를 애용하는 노모차전국연합老母車全國聯合에서 암묵적으로 제시한 운행자격 및 주의 권고사항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맞벌이 자식을 둔 할머니로서 첫 돌 부터 유치원 입학 전까지 손자를 태우고 주행연습을 한 경력을 통장이나 이장을 통해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40년 이상 과도한 노동으로 고질적인 척추 협착증이나 퇴행성관절염 내지는 골다공증을 앓고 있다는 의사의 소견이 첨부 되어야 한다.
셋째, 인도人道에서는 6,25동란 후 출생한 젊은이의 보폭을 추월해 운행하거나, 내리막 차로에서 옆 차량을 추월하여 운전자의 간담을 서늘케 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넷째, 미 자격자가 노모차를 이용해 교통 병목구간에서 상습적 상행위를 했을 시 노모차전국연합 회원이 될 자격을 영구히 박탈한다.
다섯째, 졸지에 부자가 된 자식이나 먼저 간 영감님이 남겨주신 재산으로 과도하게 차량을 치장하여 안전운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위화감을 조성해 마을에 풍파를 일으키는 일의 자제를 권고한다.
여섯째, 차량이 노후 되거나 싫증이 나거나 옆집 할머니가 더 좋은 노모차를 뽑았을 때는
가차 없이 손자에게 전화하거나 바퀴 하나를 뽑아 버리고 며느리에게 전화한다.
일곱 번째, 아들집 전화번호가 아른아른 하거나 손자 얼굴이 가물가물 하거나 먼저가신 영감님이 젊은 모습으로 비단금침에 드시거나, 하는 현상이 반복되면 노모차를 깨끗이 닦아놓고 편안하게 왔던 길을 되짚어 가시면 된다.
돌돌돌,
―「노모차老母車」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