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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지리학/지정학 > 지리학
· ISBN : 9788992525824
· 쪽수 : 328쪽
책 소개
목차
머리말
1장 세계의 형태를 이야기하고 그리다 / 경험과 관념이 지도를 만든다 / 경험 세계의 안과 밖을 어떻게 이야기하고 그려왔는가
2장 중세 세계도를 비교하다 / 불교적 세계관이 반영된 호류지 소장 오천축도 / 현존 최고의 헤리퍼드 세계지도 / 세계 최초의 인쇄 지도, 고금화이구역총요도 / 근대를 선취한 중세의 이드리시 세계지도 /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를 대표하는 프톨레마이오스 세계지도
3장 칸티노 세계지도는 왜 획기적인가 / 칸티노 세계지도의 기구한 내력, 복제와 유전 / 중세 세계도와 비교한 칸티노 세계지도의 획기성을 밝히다 / 동시대 세계도와 비교한 칸티노 세계지도의 획기성을 밝히다
4장 칸티노 세계지도를 읽는다 / 지도의 네 가지 요소로 본 독해의 관점 / 사상성으로 살펴본 칸티노 세계지도 / 예술성으로 살펴본 칸티노 세계지도 / 과학성으로 살펴본 세계지도 / 실용성으로 살펴본 칸티노 세계지도
지도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요소는 무엇인가?
나가는 말
주요 참고 문헌
리뷰
책속에서
머리말
문명이나 문화의 핵심에는 각각의 세계관이 자리 잡고 있다. 문명이나 문화에 따른 세계관의 차이는 그것에 기초해 세계를 이야기하고 그리는 세계도를 다양하게 만들어왔다.
… 그러나 이러한 관점에서 세계도를 설명하려 할 때 도저히 피해갈 수 없는 문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세계를 이야기하고 표현한다”는 것은 대체 어떤 것인가 하는 물음이다. 바꿔 말하면 “지도가 표현하는 것은 무엇인가”하는 질문이다. 이 책에서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일본도日本圖인 닌나지 소장의 일본도와 현존 최고最古의 세계도라 할 수 있는, 대영박물관에 소장된 고대 바빌로니아 시대의 점토판 세계도를 예로 들어 이 문제를 생각해볼 것이다.
… 역사를 통해 문명이나 문화는 각각의 세계관에 근거해 세계를 다양하게 표현해왔다. 유럽과 아시아가 그들의 다양한 세계도를 서로 비교할 수 있게 된 것은 중세가 되고 나서다. 이 책에서는 오늘날 남아 있는 기독교 세계의 ‘헤리퍼드 세계지도’, ‘이슬람 세계의 이드리시 세계지도’, 중국의 ‘고금화이구역총요도’, 그리고 일본의 ‘오천축도’ 등 각 문명과 문화를 대표하는 중세 세계도를 비교해볼 것이다. 지구를 횡단하는 비교와 검토를 통해 각 중세 세계도의 특질이나 의미를 살펴보고, 동시에 그것을 통해 드러나는 상호 교류의 양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 동시에 이러한 전환은 사상성 · 예술성을 중시하던 지도에서 과학성 · 실용성을 중시하는 지도로의 변화이기도 했다. 이는 거꾸로 말하자면 세계관을 표현하는 세계도에서 세계를 표현하는 세계지도로 변화하는 시기라 할 수 있다. 또 중세에서 근대로 이행하는 시기에 지도가 갖추어야 할 네 가지 요소를 동시에 갖춘 세계도가 출현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된다. 만약 지도에도 ‘걸작’이라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면, 이들 네 가지 요소를 훌륭하게 갖추고 있고 그것들을 융합하는 지도가 걸작일 것이다. 칸티노 세계지도의 이야기와 표현을 통해 지금까지 제기된 바 없는 지도의 ‘걸작’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자 한다._7~9쪽
그렇다면 두 가지 경험 세계가 존재한다는 말이 된다. 하나는 개인이 자신의 오관을 통해 지각하는 경험 세계다. 또 하나는 개개인의 경험들을 묶어서 집단으로 공유할 수 있는 경험 세계다. 그것이 바로 전 시대에 걸쳐 지도가 이야기하고 그리려고 해온 것이었다. 그러나 지도는 집단이 공유하는 경험 세계뿐만 아니라 그 바깥까지 이야기하고 그려왔다. 그 바깥이란 경험으로는 지각할 수 없는 가상의 세계다. … 특히 전근대에 가상 세계를 이야기하고 그리는 데 실마리를 제공한 것은 세계에 대한 관념, 즉 세계관이나 우주관이었다. 머리말에서 말한 지도의 네 가지 요소로 말하자면 사상성이다. 이처럼 지도가 경험 세계의 안과 바깥을 이야기하고 그린다고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경험’과 ‘관념’이었다._28~29쪽
경험 세계의 안을 이야기하고 그린 닌나지 소장 일본도_ … 확대된 경험 세계는 정치적으로 재편되고 통일되어 국가를 성립한다. 이때 국가의 영역이라는 인식이 생겨나고 그것을 지도로 표현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작성된 국가 영역을 표현하는 지도는 그것이 정치적 영역을 묘출하는 것이기는 해도 거기에 속한 인간들이 집단으로 공유하는 경험 세계를 바탕으로 한다. 다시 말해 경험 세계의 내부를 이야기하고 그린 지도인 것이다. 이러한 국가 영역도의 예로 교토 닌나지에 전래되는 현존 최고最古의 일본도日本圖를 들 수 있다.
… 그 왼쪽 여백에는 국토의 크기가 “동서 2만 8,700리, 남북 5,300리”라고 표기되어 있다. 10리는 약 4킬로미터이므로 동서가 약 1만 1,500킬로미터, 남북이 2,120킬로미터로 실제보다 훨씬 큰 숫자를 들고 있다. 숫자 자체는 그렇다 하더라도 여기에 기록된 동서와 남북의 거리를 비교하면 거의 5.4대 1이 된다. 일본을 동서로 길게 뻗은 나라로 파악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혼슈 섬은 동북쪽으로 올라가는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그것을 아직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다. 근세 이후에야 북쪽으로 올라가는 형태라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 지도에는 방위 표시가 없지만 지도에 기록된 글자의 어순을 보면 남쪽이 위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도에서 북쪽을 위로 나타내는 것은 근대 이후에 약속된 일에 지나지 않는다. 전근대의 지도는 여러 방위를 위로 하여 그려졌다. 지도에서 혼슈 섬은 가운데 부분이 부푼, 동서로 긴 섬으로 그려져 있고 동쪽 끝은 뾰족하다. 이러한 형태에는 의미가 담겨 있다.
… 그렇다면 구니뿐만 아니라 복잡한 굴곡을 포함해 혼슈 섬의 형태가 알려져 있었다는 말이 된다. … 이러한 인식은 언제쯤 생겨난 것일까? … 그러나 그 이전에는 어떻게 해서 혼슈 섬의 윤곽이 지각되어 집단적 경험 세계의 내부로 편입된 것일까? 대체 혼슈라는 거대한 육지를 섬이라고 본 인식은 어떻게 성립된 것일까? 이것은 무척이나 흥미로운 문제다. … 혼슈가 섬이라는 인식 또는 그 형태에 대한 인식이 성립해가는 배후에는 혼슈에 사는 개개인의 경험이 축적되고 집적되어 그 경험의 다발을 집단 전체가 공유해가는 과정이 있었으리라는 것이다. … 요컨대 닌나지에 소장된 일본도는 관념이나 우주관이 아니라 집단적인 경험 세계의 내부를 이야기하고 그린 지도인 것이다._29~3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