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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2680813
· 쪽수 : 132쪽
· 출판일 : 2014-06-13
책 소개
목차
제1부
13 바람이 분다
14 그 매운 시 요리법
16 범고래의 푸른 원고지
18 반달의 반
19 물길 태우며 오는
20 해남 가는 길
21 수화
22 구름개 여인들
24 안녕! 토끼야
25 아미蛾眉
제2부
29 나무, 꽃을 앞세우고
30 아내의 시
32 눈의 시
34 쉬엄쉬엄 詩
36 릴케가 던진 공
38 일식日蝕
40 화사하다, 개구리
41 볼펜똥구리
42 우리 셋째
45 만파식적萬波息笛
제3부
49 관음봉 삼거리에서
50 압록鴨綠
51 노송의 화두
52 불면의 새
54 시월에
55 눈꽃
56 미혹
57 산길앞잡이
제4부
61 분디나무
62 경행록에 이르기를
64 섬진강 갈대
65 차탁茶托을 깎으며
66 찻잎 말리기
68 지나친 모험
70 新신석기- 상무동 이야기
72 메기 매운탕
73 횡설수설
74 더 횡설수설
제5부
79 흰소리
80 땅의 폐경
83 똑바로 흐트러지다
84 흰줄무늬검은발등族
88 양자시학, 물 위를 걷는
90 총알수태
92 마왕의 섹스
94 중이염과 이명
95 프리지어
96 오월의 화전花田
98 해설 영원한 그리움과 새로운 재생의 역설적 시간성_ 이성혁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 매운 시 요리법
민물에 사는 온갖 비린 물고기, 야채는 안 가리고, 고춧가루에 고추장은 한 큰술만, 개운한 것이 그만이면 아예 빼버려도, 대충 빻은 마늘은 어른 큰 주먹 하나, 된장은 마늘만큼 채에 걸러야 바닥국물까지 말끔하게 먹을 수 있다 세상에서 한 냄새 한다는 것들이 한 솥에서 한바탕 난리법석을 떨고, 치고받고 꼬리도 쳐보고, 핥고 지우고 서로를 통과하면서
물고기가 사라지고
마늘이 사라지고
야채도 사라지고
고춧가루도 아가미 새로 사라지고
된장도 사라지고,
세상에 처음인, 그러니까 딱히 적당한 말이 없어서 그냥 참 뭐시냐 긍께 ‘그 매운’ 것이 된다. 그러나 여기까지여서는 아직 삼류다. 매운 것도 사라지고 그냥 “아 뜨거 뜨거 아 뜨거 뜨거 너 때문에 내 가슴 불난다 불나”*만 남을 때까지, 세상에서 독한 것으로 한 축 한다 하는 것들이 만나 서로를 다 지우고 ‘아, 뜨거’로만 남는다. 여기까지가 진인사(盡人事)다. 그 다음은 그날의 습도와 온도, 바람 한 줄금, 창 새로 스며든 햇살의 몫이다.
* 2010년 무렵의 유행가
나무, 꽃을 앞세우고
꽃나무, 꽃은 나무를 앞서 있다
있다는 것만으로 전체가 되고
자체로도 화두(花頭)다
오직 꽃, 나무는 말
꼬리 늘어뜨린 나무 푸른 그림자
꽃은 시들고 그림자만 서 있다
꽃은 씨가 되고 그림자 혼자 서서 푸르다
꽃은 시가 되고 곧게 늙은 그림자는
꽃의 말을 공중에 옮겨 적는다
하늘 높은 날
코스모스 떠난 코스모스가 바람을 탄다
무심필(無心筆)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