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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92711333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10-02-10
책 소개
목차
서문 전쟁을 이겨 낸 진짜 영웅을 위해
세 가지 약속
휴교
전쟁놀이
과학을 배우다
세포로 이루어진 세상
아빠, 도망쳐요
영광의 흉터
화학 실험실
부상병 간호
아내라는 말은 싫어요
집행관 제비뽑기
죽음의 천사
붉은 조각달
내 마음속 바닷가
다시 찾아온 봄
전쟁의 심장 박동이 멈추면
착하게 굴어야 한다
불길에 휩싸이다
하느님은 누구 편일까
눈동자 색깔 시험
나의 포로
열차 탑승권
에모리의 선물
옮긴이의 말 자기 앞의 꿈을 찾아, 또 누군가의 희망을 위해
리뷰
책속에서
몸에서 기운이 빠져 버렸다. 내가 땅에 주저앉자 그 병사는 안타까하며 나를부축했다.
'얘야, 전쟁이란 그런 거다. 전쟁이라는 게!'
그는 옆에 쭈그리고 앉아 내게 물을 약간 먹였다. 그리고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저 위를 봐라. 낫처럼 생긴 저 조각달을 봐! 피처럼 붉지. 이 땅 위에 이토록 끔찍한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어. 숨도 제대로 쉴 수가 없어.'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눈을 훔친 뒤 소매에 코를 풀었다.
'네 인형 이름이 뭐냐?'
'애비예요.'
'내게도 인형을 가지고 노는 여동생이 있단다.'
우리는 그의 다정한 등불이 만들어 준 동그라미 속에 잠깐 동안 그렇게 앉아 있었다. 나는 일어나서 치마를 탈탈 털었다.
'잠깐, 떠나기 전에 기다려, 꼬마 아가씨. 여기까지 왔으니 세상에서 가장 기묘한 광경을 보여 줄게. 하느님의 실제 얼굴을 보는 것처럼 느껴질걸. 늘 보는 일이지만 군인들은 절대 입 밖에 꺼내지 않지. 이제 잘 봐라. 눈을 깜빡이면 놓치고 말아.'
우리 앞에는 어느 병사가 통나무 위에 다리를 늘어뜨린 채 널브러져 있었다. 쇠부지깽이처럼 뻣뻣해진 팔을 머리 위로 올린 채였다.
'이제 저 남자의 윗옷 가슴 부분을 봐라. 잘 봐, 저길!'
테네시 병사가 내 손을 잡고 가리켰다.
고양이의 눈동자처럼 푸르고 작은 찻숟가락만 한 빛이 그 병사의 가슴에서 깜빡였다. 빛은 두 단추 사이를 비집고 나와 그 병사의 머리 꼭대기 위에 가만히 머물렀는데 아기의 한숨처럼 가냘팠다.
'저게 뭐예요?'
내가 뒷걸음질 치며 물었다.
'이제 주의 깊게 잘 봐!'
테네시 병사는 내가 기절할까 봐 걱정되는 듯 내 팔꿈치를 잡았다.
내 심장이 한 번 더 뛰는 동안, 12만 제곱미터의 옥수수 밭이 에메랄드처럼 빛나는 별들로 뒤덮였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그 빛들은 쓰러진 병사들에게서 나와 눈길이 닿는 먼 곳까지 펼쳐졌다. 그런 다음 보글보글 솟아올라 깜깜한 하늘 속으로 사라졌다.
테네시 병사는 오르막길로 나를 안내하고는 등불을 건네며 속삭였다.
'늪에서 나오는 불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어. 하지만 저건 하늘로 올라가는 죽은 사람들의 영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