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2975322
· 쪽수 : 192쪽
· 출판일 : 2010-02-18
책 소개
목차
추천사
동아시아의 난장이 속으로
아동노동과 빈곤의 방정식
폐비닐 더미보다 더 좋은 건 없어요
채석장의 하얀 들꽃
달 뜨는 집의 일하는 아이들
새벽을 여는 작은 별들
터미널, 이주를 품다
글을 마치며
DVD 차례
네팔에 핀 들꽃 아이들
네팔의 카펫 그리고 씨윈(CWIN)
‘폐비닐 더미’보다 더 좋은 건 없어요
채석장의 아이들
비스누람과 달 뜨는 집의 벨기에 청년
비하니바스티와 반쟈데 그리고 만쥬
에필로그―‘나가르코트’
(재생 시간 55:28)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골목길을 따라 걷다 아이들은 쓰레기 컨테이너를 발견했다. 그러고는 갑자기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마치 보물섬이라도 만난 것처럼. ‘쓰레기 더미’가 ‘보물섬’으로 변신하리라고는 난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이미 그곳에서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있던 다른 아이들 역시 반다리와 머걸 일행을 아주 반갑게 맞아 주었다. 컨테이너 위로 뛰어올라 가로등 불빛을 받으면서 그 위에 우뚝 선 아이들의 모습은, 힘들어하기는커녕 아주 씩씩해서 늠름해 보이기까지 했다. ‘버려진 비닐’과 ‘되살려지는 비닐’. ‘버려진 아이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으던 다아이들’의 몸부림이, 컨테이너 안에서 뒤엉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쓰레기와 아이들은 뒤죽박죽이 되어 버렸지만, 그곳에서 어떤 희망 같은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아이들이 다듬어 낸 작은 돌들이 사용될 그 길은 ‘고향 가는 길’이 아니라 ‘고향에서 도시로 난 길’이라고 하는 게 더 맞을지 모른다. 신작로가 만들어지고, 카트만두의 물건들이, 삼성과 엘지와 소니의 광고 간판이,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의 입간판이 산골 마을까지 쳐들어갔을 때, 수닐 바하둘과 프리란치의 가슴도 함께 뛰었을 것이다. 열심히 소를 키워 봐야, 열심히 염소젖을 짜 봐야, 아무리 쌀짐을 날라 봐야 친구들처럼 진학할 수 있는 것도 아닐 바엔 영화라도 마음껏 볼 수 있는 카트만두로 가자, 그런 생각이 아니었을까.
그가 씨윈을 나오기로 결심한 것은 씨윈이 정말 아동노동을 없앨 수 있을까 하는 의심 때문이었다고 한다. 카펫공장에서의 아동노동을 없앴다고는 하지만, 카펫공장에서 사라진 아이들의 수만큼 거리의 아이들은 늘어났고, 그 아이들이 다시 템포 요금 보조원이나 채석장에서의 돌 깨는 작업 같은 더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들로 밀려나는 현실을 그는 두고 볼 수만은 없었던 것이다.
“제일 필요한 것이 무어냐?”는 질문에 아이들은 한목소리로 “집.”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집을 짓되, 씨윈과 달리 ‘침대 없고, 가구 없고, 텔레비전 없고, 전임 직원 없는 시스템’에 의해 운영되는 곧 ‘4무無’의 원칙에 의해 운영되는 집을 짓기로 결심했다. 서방의 지원을 받아 씨윈의 집처럼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제공할 수도 있겠지만, 소수의 아이들을 그러한 집에서 살게 하려면 다수의 아이들을 지금의 일터보다 더 안 좋은 환경으로 내몰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일하지 않아도 될 소수의 아이들을 위한 씨윈이 아닌, 일할 수밖에 없는 다수의 아이들을 위한 집을 그는 짓기로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