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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북유럽소설
· ISBN : 9788992997027
· 쪽수 : 303쪽
· 출판일 : 2010-09-01
책 소개
목차
제1부 버림받은 천사들
제2부 걸어 다니는 그림자
리뷰
책속에서
물론 내가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현실 또한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피장파장인 셈이다. 그러나 현실은 내게 해야 할 그 어떤 해명도 하지 않았던 반면에 나는 현실이 내게 당연한 듯 요구한 대가를 모두 치렀다.
자신의 이론들이 현실과 어긋난다는 말을 들었을 때 헤겔이 했던 대답을 들려줄 수만 있다면 나도 참 좋겠다. ‘한심한 현실, 나는 현실이 정말 딱하게 여겨집니다.’
그런 글은 시인들이나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말은 철학자들이나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신병원에 끌려가고 시설에 갇혀 있어야 하는 우리에게는 우리의 생각이 현실과 어긋날 때 할 수 있는 대답이 없다. 이 세상에서는 우리 아닌 다른 사람들이 옳으며, 옳고 그름의 차이를 아는 것도 우리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니까.
나도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던 때를 기억하고 있지만, 그건 베를린 장벽 붕괴가 중요한 사건이라고 생각했거나 나와 무슨 상관이 있어서가 아니라 내가 이런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저 벽은 무너질 수 있지만 나와 세상 사이의 벽은 절대로 무너지지 않겠지. 맨눈으로는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지만 그 벽은 갈라진 틈 하나 없이 견고하게 서 있으니까.’
인생이라 불리는 그 미끄러운 길에서 내가 왜 더 잘 딛고 서 있지 못했는지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왜 주도로를 따라서 곧바로 잘 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두침침한 골목을 끝없이 헤매는 사람들이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