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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93143980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21-05-27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손버리에 도착해서야 마침내 자전거 가게 하나를 찾아냈다. 먼지 낀 가게 창문에 붙어있는 전단지가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진짜 종이로 만든 전단지가 있었다! 한 전단지에는 직접 손으로 쓴 문구가 적혀있었다. ‘먹을 것이 부족하다고요? 작물을 직접 재배하는 법을 알려드립니다! _ 트랜지션 타운 워크숍.’
순간 엄마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메아리쳤다.
‘뉴트리움 서스테이트엔 네 몸에 필요한 영양소가 균형 있게 들어있단다. 레콘을 먹어야 해.’
‘야생 음식을 먹으면 식중독에 걸릴 거야. 파이퍼, 안전한 먹거리를 고수하렴.’
--(중략) --
야생 음식에 얽힌 끔찍한 이야기에도 심지어 엄마조차 음식을 구하기 위해 올스타 슈퍼마켓 앞에 길게 줄을 선 인파 속으로 뛰어들었다. 물론 성과는 좋지 못했다. 지난주에 시작된 사재기 폭동 이후 수퍼마켓의 선반은 텅 비어버렸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석유 값 폭등으로 식료품의 운송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간신히 도착한 식료품들은 순식간에 동이 났다.
손목 밴드로 워크숍 전단지를 사진으로 찍었다. 우리 집에는 정원이 없다. 그저 듬성듬성 잔디가 난 앞마당, 그리고 창고와 집 사이에 있는 콘크리트 마당이 전부다. 하지만 그래도 작물을 재배할 수 있지 않을까? 화분에서 기르는 건 어떨까?
그다음 무심코 고개를 들었는데 오, 이런! 모두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말 그대로 모두가! 심지어 선생님까지도 말이다! 대체 무슨 일이지? 옆자리에 앉은 브리아나를 쳐다봤다. 브리아나의 입 모양에서 “파이-퍼, 파이-퍼…” 하고 거듭 부르는 외침을 읽어낼 수 있었다.
모두가 나를 부르고 있었다. 얼굴로 열이 확 오르고 맥박이 갑자기 뜀박질하는 게 느껴졌다. 도움이 절실한 이런 순간에 테일러는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무슨 일이야?”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나를 비웃고 있었다.
브리아나가 무어라고 말하며 선생님을 몸짓으로 가리켰다. 리사 선생님 역시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선생님의 입술이 움직였지만, 내가 알아챈 단어는 오직 발표뿐이었다.
발표할 차례라고 누구라도 내 어깨를 두드려서 알려줄 수는 없었을까? 테일러 말고는 아무도 건드릴 엄두를 못 낼 만큼 내가 그렇게 혐오스러운 걸까? 선생님조차도?
이런 상황을 더는 견딜 수 없다. 테일러 없이는 학교에 있을 수 없다. 테일러는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하지만 눈을 깜빡이며 최대한 어깨를 쫙 펴고 일어섰다. “물론이죠. 첫 번째로 발표해도 상관없어요.”
… 이 단어를 쓰는 맥락을 고려했을 때 일류는 인류라고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플라스터는? 왜 이 말을 했지? 대화에서 잘 쓰는 단어가 아닌데. 분명히 다른 단어일 거다. 뭘까? 플라스틱? 맞다, 그럴 확률이 높다. 좋아, 그렇다면… 우리는 인류 역사 내내 진짜 음식을 먹어왔어. 야생 음식을 먹도록 진화해왔다고. 상자에 들어있는 플라스틱 같은 것보다 진짜 음식이 우리 몸에 이로운 거야. 레콘을 말한 것이리라.
“하지만 레콘을 먹고 식중독에 걸렸다고 보고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는걸.” 내가 반박했다.
“그렇긴 하지. 하지만 지금 아이들이 에너지결핌증우군이나 천시 같은 병을 앓고 있잖아.”
에너지결핍증후군. 천식. 세스풀은 결국 뉴스를 통제하는 데 완전히 실패했다. 하지만 학교에서 봤던 기사가 떠올랐다. 그저 강박에 사로잡힌 일부 부모들의 염려일 뿐이라고 우리를 안심시키는 기사였다.
“레콘을 먹는다면 왜 은식을 기르는 법을 배우고 싶은 거지?”
“그걸로는 부족해서. 요즘 오가닉코어가 레콘을 절반 정도만 배달하고 있거든. 뭐가 됐든 먹을 게 충분했으면 좋겠어.”
“그럼 우리 엄마를 한번 만나보는 건 어때? 우리 엄마는 농인이신데, 한 번도 레콘을 머근 적이 없으셔. 먹을 수 있는 작물을 재배하는 법을 너한테 가르쳐주실 수 있을 거야.”